부동산 투자금 반환을 독촉하는 투자자를 차로 치어 살해하려 한 일당 2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게 징역 20년을, B씨(65)에게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A씨는 2017년 지인 C씨(60·여)로부터 투자자 D씨(62·여)를 소개받았다. A씨와 C씨는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며 D씨를 속였고, D씨는 부산 기장군과 경남 밀양시 등지의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총 11억6500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D씨는 자신의 투자 금액이 해당 부동산의 실거래가보다 부풀려졌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A씨와 C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다. 두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한 뒤, 부동산 근저당 설정과 소유권 이전 등이 합의되자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A씨와 C씨는 이같은 합의 조건을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D씨의 압박까지 거세지자 살해 공모를 세웠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D씨를 살해하거나 식물인간으로 만들자는 것. 판결문에는 이들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슬 건드리면 안 되고, 안 죽을 정도로 식물인간을 만들자”고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들은 2300만원을 지급하는 대가로 A씨의 지인인 B씨를 끌어들였다. B씨는 차를 운전해 D씨를 충격하기로 이들과 약속했다. A씨 등 3명은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D씨 동선을 파악하고,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A씨는 지난 4월 5일 오전 9시30분쯤 D씨 자택인 경남 양산의 아파트 앞에서 D씨의 외출 장면을 목격한 뒤 B씨에게 연락했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B씨는 승용차를 몰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D씨를 들이받았다.
B씨는 차로 D씨를 들이받은 채 약 17m를 더 주행했고,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진 D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 등 3명은 이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던 C씨는 앞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범행이 매우 대담하고 치밀하다”면서 “피고인 A씨는 상당한 돈을 편취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자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를 모면하려 한 점에서, B씨는 물질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 원한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뇌 손상을 당해 현재 반혼수 무의식 상태에 빠져 있는 등 범행 결과가 살인에 가까울 정도로 무겁고, 그 가족들이 극심한 정신적·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A씨는 범행 준비와 실행, 금품 전달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공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