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아스날·토트넘 위에 셰필드…‘승격팀의 반란’ 비결은?

입력 2019-11-26 04:00 수정 2019-11-26 04:00
셰필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25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의 브레멀 레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2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승격팀들은 보통 첫 시즌 실패를 겪는다. 올 시즌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다르다. 시즌의 ⅓(13경기)이 지난 상황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토트넘 홋스퍼 등 빅클럽들 보다 높은 순위(6위)에 자리 잡았다. ‘승격팀의 반란’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 25일(한국시간) 열린 맨유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셰필드는 맨유와 3대 3으로 비겼다. 2-0으로 앞서고 있다가 막판 3골을 실점한 뒤 1골을 만회해 비긴, 거의 이길 뻔한 경기였다.

셰필드는 이날까지 6경기 무패(2승 4무) 행진을 질주했다. 아스날(1대 0)에 이기고 첼시(2대 2), 토트넘(1대 1)과 비기는 등 강팀을 상대로도 쉽게 지지 않는다. 역대 승격팀 중 8개 팀만이 승격 뒤 첫 13게임에서 셰필드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을 정도다.

영국 BBC 스포츠의 분석에 따르면 셰필드가 선전할 수 있는 비결은 끈끈한 조직력이다. 올 시즌 셰필드에서 선발로 나선 선수는 센터백 잭 오코넬(25)과 크리스 바샴(31), 윙백 조지 발독(26)과 엔다 스티븐스(29)를 포함한 16명에 불과하다. 22명을 선발로 쓴 아스날과 왓포드가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셰필드가 챔피언십(2부리그)에 있던 지난 시즌부터 함께 발을 맞춰온 선수도 5명이나 된다. 소수의 선수가 오래 발을 맞추며 조직적인 플레이가 장착됐다.

화려한 경력의 선수가 없다는 점도 오히려 팀을 뭉치게 한다. 첼시나 맨유 등 빅클럽들은 과거 팀 분위기를 망치는 유명 선수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셰필드엔 그런 선수가 없다. 미드필더 존 플렉(28)과 공격수 빌리 샤프(33), 바샴과 오 코넬, 그리고 백업 키퍼인 시몬 무어(29)는 셰필드의 2016-17시즌 리그1(3부리그) 우승 멤버였다. 심지어 발독과 바샴은 6년 전까지 5부리거에 불과했다. 하부리그 출신 선수들은 순수한 열정으로 뭉쳐 이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올리버 맥버니가 25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의 브레멀 레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극적으로 3대 3 동점을 만드는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입된 선수들의 가성비 높은 활약도 큰 힘이다. 약 143억 원에 영입된 리스 무세(23)는 팀이 기록한 16골 중 7골(4골 3도움)에 관여했다. 칼럼 로빈슨(24)은 약 106억 원이란 헐값에 영입돼 첼시전에서 골을 넣고 맨유전에선 올리버 맥버니(23)의 골을 도왔다. 한 선수의 이적료가 1000억 원을 호가하는 이적시장에서 셰필드는 단연 승자다.

크리스 와일더(52) 감독의 3-5-2 포메이션은 화룡점정이다. 존 이건(27)과 필 자기엘카(37)는 보통 3백 수비진 중앙에서 중심을 잡는다. 오 코넬과 바샴은 이들의 좌우에 서지만 공격 전개 시엔 윙백 발독과 스티븐스 바깥쪽까지 사선으로 넓게 벌린다. 윙백들은 상대팀 측면 빈 공간으로 쇄도해 공격에 가담한다. 수비 상황에선 윙백까지 내려와 두터운 5백을 구축한다. 이런 특유의 전술로 셰필드는 상대적으로 약한 공격력을 보완했을 뿐더러 레스터(8골)와 리버풀(11골)의 뒤를 잇는 리그 최소 실점(12골) 팀이 됐다. 무실점 경기도 5번이나 된다.

크리스 와일더 감독(오른쪽)이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맞대결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둔 뒤 손흥민과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셰필드는 곧 승격 후 가장 큰 고비를 맞게 된다. 다음달 29일부터 약 한 달 간 치를 7경기 중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원정 2경기와 리버풀, 아스날 원정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셰필드가 포기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 팀이어서다. 셰필드는 올 시즌 5번이나 지고 있던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었고, 1월 19일부터는 원정 경기에서 진 적이 없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