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청와대 측이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의 천막농성장 철거를 요청한 데 대해 “죽음을 각오한 단식 투쟁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에 귀와 마음을 열어 듣기보다 철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도대체 정치 역사상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청와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 대표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여당, 이런 청와대는 정말 처음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본인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과 선거법 개정을 무조건 하겠다는 입장에서 전혀 변하지 않고 있으면서 철거 운운하는 것을 보면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치라는 것은 다양한 생각을 합의해 가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한국당이 기존 비닐 천막 대신 기둥이 있는 ‘몽골 천막’을 설치하자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이유를 여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응답을 안 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함께 겨냥했다.
그는 “이런 단식을 통해서 우리의 의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우리의 제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본인들의 안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며 “그것이 과연 진정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민주당이 야당 대표의 단식을 정말 가벼이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황 대표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서는 “조금 전에 의사가 체크하고 갔는데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조금 많이 안 좋은 증상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오히려 의원들 걱정을 많이 하며 협상도 명분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