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은 첨단 기술이 생활 곳곳을 변화시키는 현장을 좀 더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CES와 인연이 없던 항공사를 비롯해 영화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이 기조연설에 나서기 때문이다. 기조연설이 그해 CES의 큰 주제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IT 업체 중심에서 탈피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드 바스티안 델타 항공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0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CES에서 항공사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동안 항공사는 IT 전시회인 CES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으나, 기술의 발전으로 항공 및 여행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CES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바스티안 CEO는 “여행은 우리 삶에서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면서 “CES는 기술과 혁신이 미래 여행 경험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선보일 수 있는 완벽한 무대”라고 말했다.
CES는 올해 처음 ‘여행과 관광’ 전시관을 마련하고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 여행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푸드테크 업체에까지 문을 열었던 CES가 이젠 여행까지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다. 개리 사피로 전미기술협회(CTA) CEO는 “생체 인식,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은 미래 여행의 근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을 석권한 OTT도 이번 CES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드림웍스 설립자로 잘 알려진 제프리 카젠버그는 자신이 설립한 단편 동영상 OTT 서비스 ‘퀴비’(Quibi)를 소개하기 위해 기조연설에 나선다. 맥 휘트먼 퀴비 CEO도 함께한다. 퀴비는 기존 OTT와 달리 영상 하나를 10분 안팎으로 만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화라면 매일 10분씩 12일간 올리는 것이다. 밀레니얼들의 동영상 소비행태에 착안한 형식이다. 내년 4월 서비스 예정인 퀴비는 이미 1억 달러 이상의 광고를 유치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린다 야카리노 NBC유니버설 광고 및 파트너십 대표도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그는 ‘오늘날 TV가 발명됐다면 : NBC유니버셜이 재해석하는 미래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주제로 미래 영상 사업에 관해 이야기 한다.
가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김현석 사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삼성이 기조연설을 하는 건 2016년 삼성SDS 홍원표 대표이사 이후 4년 만이다. 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초연결 시대의 가전제품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비전을 공유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를 가전에 접목해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다양하게 늘리고 소비자에 혁신을 제공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철학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CES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다임러 그룹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기조연설을 한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혁신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영감을 받은 획기적인 콘셉트 카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