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 생도들이 모바일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 여자 생도들과 상관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모욕 발언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여기에 학교 측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 생도들의 단체채팅방 성희롱 및 모욕 행위 실태를 공개했다. 군인권센터는 “학교 측은 동료와 선배 여군 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며 “예비 장교들이 이토록 저열한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남자 생도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 생도들을 언급하며 성적 비하 발언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3학년 일부, 2~3학년 일부, 2~4학년 전체가 모인 여러 개의 채팅방에서 ‘××년’ ‘×발’ 등 욕설은 물론 높은 수위의 성희롱 발언을 주고받았다. 여자 상관에게는 ‘허수아비 소령’ ‘×리둥절’ 등 모욕 발언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자 생도들은 지난달 9일 해당 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캡처하고, 3학년 담당 훈육관에게 신고했다. 하지만 훈육관은 “동기를 고발해 단합성을 저해하려는 너희가 괘씸하다. 증거는 확보하고 말하는 거냐”고 다그쳤고, 채팅방 캡처 이미지를 보여주자 “보고 싶지 않다”며 여자 생도들을 돌려보냈다.
여자 생도들은 이 사건을 학내 자치위원회인 명예위원회에 정식 신고했다. 이후 이 사건은 훈육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학교 측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11명 중 1명만 퇴교 조치됐다.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내리는 등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또 학교장 이하 훈육진의 즉각 보직해임과 조사, 국방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 생도들을 형법상 모욕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군형법상 상관모욕죄 등으로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