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민주파 진영의 압승으로 끝난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294만명의 유권자가 투표해 71.2%의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시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견해를 표출하고 싶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구의원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전체 452명을 뽑는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한 범민주 진영은 이날 낮 12시(현지시간) 현재 385석(85.2%)을 차지했다. 범민주 진영은 18개 구 가운데 리다오(離島)구를 제외한 17개 구에서 승리하면서 지방의회를 지배하게 됐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58석에 그쳤으며, 중도파가 8석을 차지했다.
민주진영이 구의원 선거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7명도 민주진영이 싹쓸이했다. 이에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민주진영의 우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람 장관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현 상황과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홍콩 정부는 선거 결과를 존중해 앞으로 시민들의 의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위대의 5가지 요구 사항인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람 장관은 “이번 선거는 평화롭고 안전하고 질서 있게 치러졌다”며 “나는 시민들과 함께 이처럼 평화롭고 안전하고 질서 있는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1월1일 회기를 시작하는 제6기 구의회와 함께 시민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을 방문 중인 왕 위원은 이날 “홍콩에 혼란을 조성하거나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