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물러났는데도…靑 코 앞 ‘시위 전쟁’

입력 2019-11-25 16:09

청와대 앞 시위대의 폐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열린 청와대를 표방하며 2017년 6월부터 청와대 앞길을 개방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가 개방 취지와는 다르게 밤낮없이 농성을 이어가면서 주민 기본권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집회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위대의 함성이 국가 행사에 악영향을 주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익을 위해 자제를 요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참다 못한 인근 주민들이 청와대로 찾아가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울 창성동 주민 박모씨 등 3명은 지난 14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을 비롯한 참모진을 만났다. 박씨 등은 “시위대가 쓰는 확성기와 꽹과리, 부부젤라로 인한 소음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운 시위대 탓에 통행이 어렵고, 집회 참가자들이 노상방뇨와 구토를 해 악취가 심하다는 민원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3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청와대 인근 집회와 관련한 소음, 교통 불편 신고는 총 158건에 달했다.

주민들은 청와대에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집회 자체는 금지할 수 없지만 무한정 허용하면 안 된다는 것과 소음 규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 집회장소를 고려한 통행제한 실시 등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주민의 요구에 대해 “27일 이후 집회 연장 신고가 들어오면 제한을 적극 검토하고, 소음 규제는 법적 검토 후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또 농성장 곳곳에 설치된 농성물품보관소를 옮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음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 학교, 도서관 근처 시위자들은 ‘해뜬 후부터 해지기 전’까지 65㏈(데시벨) 이하의 소리크기를 유지해야 한다. ‘해진 후부터 해뜨기 전’에는 60㏈ 이하의 소리 크기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으론 2개 이상의 집회가 겹칠 경우 어느 한 곳에 소음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시위 주최 측이 경찰의 소음 측정 시에만 일시적으로 소리크기를 낮추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소음 규정은 있지만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는 실효성이 적을 수 있어 좀 더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로 톨게이트 노조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2개 단체에 대해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집회를 못하도록 제한통고를 했다. 이런 제한을 모든 시위 단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