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제주 해상에서 20t급 소형어선들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선원 12명을 태우고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으로 장어잡이에 나선 대성호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또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도 장어잡이에 나선 창진호가 전복돼 2명이 숨지고, 선원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생계를 위해 먼 바다까지 조업에 나서야하는 어업인들의 속사정은 이해되지만 높은 파고 등 변화무쌍한 겨울철 해상의 기상여건을 파악해 무리한 조업을 피하고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조업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해양경찰청이 지속적인 안전 관리와 어민들에 대한 안전계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겨울철 해상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데 따라 해상안전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05분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통영선적 근해 장어연승 어선 창진호(24t)가 침수피해를 입다 전복됐다.
이 어선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인도네시아인 6명 등 총 14명이 타고 있었다. 어선이 침수피해를 입자 선장 황모(61·통영시·사망)씨가 해경에 신고하고 선원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어선의 침수가 진행되자 구명벌이 해상에 펼쳐졌다. 선원 4명은 구명벌에 탑승했으나 나머지 9명은 해상에 표류하던 중 해경 및 해군 구조 세력에 발견됐다. 선원 대부분은 구명동의를 착용한 상태였다.
구조된 선원 13명 가운데 선장 황씨와 선원 강모(69·경남 고성군)씨는 구조 당시 의식이 없어 해경과 공군 헬기에 의해 제주시내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또 이날 구조된 선원 김모(60·제주시)씨가 의식이 없이 서귀포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구조 선원 10명도 헬기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선원 1명도 의식이 없으며, 다른 1명은 저체온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실종된 선원의 신원은 최모(66·경남 고성군)씨로 확인됐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 함정 5척과 항공기 2대, 인근 어선 등을 포함한 가용세력을 총 동원해 최씨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고 해역에 바람이 초속 19m로 강하게 불고, 파고의 높이가 4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고 있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청진호가 조업 중 큰 파도를 맞고 배가 기울어졌다는 초기 진술이 있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4시쯤 제주도 차귀도 인근 해상에서 12명이 탄 대성호(29t·통영 선적)에서 화재가 발생해 선체 대부분이 불에 탄 후 침몰했다. 선박 화재로 승선원 12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된 상태다.
대성호는 지난 8일 오전 10시38분쯤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해 지난 18일 오후 8시38분쯤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단독 조업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설동일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출항 당시 바다 상황과 조업지역 바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기상청의 특보 발효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무리한 운항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업인들의 겨울철 선박 화재 예방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소형 선박에 주로 사용하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과 목재들은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빨라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박에 쓰는 윤활유나 연료유 등을 좁은 선내 바닥에 쌓아 두는 것도 선박 화재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남해해양경찰청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어선안전조업규정 제9조에 따라 풍랑 주의보 발효 시 15t 미만 어선을, 풍랑 경보에는 모든 어선의 출항을 금지하고 출어 선은 대피하도록 하고 있다”며 “창진호의 경우 기상 상황이 좋았던 지난 16일 오전 완도를 출발해 통제받지 않았으며 사고 당시 제주 인근 바다는 풍랑 경보가 발효한 만큼 청진호가 피항하려 했는지는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부산=김영균 윤일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