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보니 “별장 동영상 인물, 김학의 맞다”

입력 2019-11-25 14:49 수정 2019-11-25 14:55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접대 의혹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이른바 ‘원주 별장 동영상’ 속의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김 전 차관은 범죄 사실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사회적 이슈가 됐던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었음은 입증된 셈이다. 김 전 차관은 법정 최후진술 당시 “아무리 안 갔다고 해도 간 것으로 돼 있다”며 오열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정계선)의 김 전 차관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2007년 11월 13일 촬영 ‘역삼동 오피스텔’ 사진에 대해 “이 사건 사진 상의 남성은 피고인이라 봄이 상당하고, 다른 가능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은 가르마 방향이 사진상의 남성과 반대라는 이유 등으로 동일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피해 여성의 성상납 진술, 김 전 차관의 얼굴형·이목구비·안경 모양 등 유사성 등을 종합 판단해 사진 속 인물이 결국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했다. 우연히 다른 사람이 찍혔을 가능성, 윤씨가 김 전 차관과 닮은 대역을 내세워 촬영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판단이었다.

김 전 차관 측은 좌우 반전이 일어날 수 없는 구식 휴대전화 기기를 이용한 촬영이었다고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휴대전화에는 사진을 회전, 반전해 저장하는 기능이 있고,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좌우 반전돼 촬영됐거나 촬영된 사진이 좌우 대칭으로 저장됐거나 다른 저장매체로 옮기는 과정에서 좌우 반전으로 저장되는 등 얼마든지 좌우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진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 판단하면서, 2007년 12월 21일 촬영된 이른바 ‘원주 별장 동영상’ 속 인물도 동일인이라는 판단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동영상의 인물과 이 사건 사진파일의 인물은 같은 인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CD 속의 이 동영상은 김 전 차관의 이름을 따서 파일명이 저장돼 있었다. 피해 여성의 진술도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뒷받침했다.

김 전 차관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동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 맞느냐”는 검찰 측의 추궁에 “괴롭지만 기억에 없다” “아무리 안 갔다고 해도 다 간 걸로 돼 있다”며 오열했다. 당시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동영상을 한사코 보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거부에 가깝게 전체적인 것을 다 부인하더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