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를 왜 떠나보내야 했나” 터져나오는 ‘악플 추방’ 목소리

입력 2019-11-25 14:28 수정 2019-11-25 17:19
가수 구하라. 연합뉴스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7)가 24일 세상을 떠났다. 절친한 친구 설리(본명 최진리·25)가 하늘의 별이 된지 단 41일 만이었다. 그를 향해 건넸던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던 다짐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온라인에는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던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의 악플 문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17세의 어린 나이로 데뷔한 구하라는 11년간 특유의 끼로 가요계와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활약해왔다. 가장 두각을 드러낸 건 역시 가요계였다. 구하라는 카라의 멤버로 활동하며 ‘미스터’ ‘점핑’ 등 숱한 노래를 히트시켰다.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구하라는 최근까지도 일본에서 콘서트 등 솔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사랑받아왔다. 고인의 비보가 전해지면서 그룹 엑소부터 마마무, AOA, NCT 127 등 동료 가수들은 예정됐던 쇼케이스 행사나 앨범 발매를 미루며 추모에 동참했다.

팬들의 슬픔과 충격이 큰 이유는 구하라의 10여년간 연예계 생활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하라는 악의적 댓글과 자극적 보도에 오랜 시간 시달려온 당사자였다. 온라인에는 그를 향한 입에 담기 힘든 악플이 늘 돌아다녔는데, 지난해 전 연인과의 리벤지 포르노 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불거지면서 악성 댓글 수위는 더 높아졌다.

피해자가 더 많이 이슈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졌다. 올해 4월 구하라는 본인 SNS를 통해 “단 한 번도 악플에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며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예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구하라는 극단적 시도로 안타까움을 샀다.

비단 고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난 설리도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릴 때면 늘 선정적이라는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바 ‘노브라’가 ‘논란’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굴레도 덧씌워지곤 했다.

한국 연예인에게 악플은 반드시 감내해야 할 일종의 숙명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여성 연예인에게는 한층 더 날카로운 시선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곤 했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가수 겸 배우 이혜리는 최근 드라마 종영을 맞아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악성 댓글과 관련해 “누군가가 날 싫어한다는 것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것 같다”며 “때로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가수 출신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손담비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KBS2)을 떠올리면서 “태어나서 악플을 받아보지 않은 적이 처음이라 의아할 정도였다”며 놀라워했다. 가수 홍진영은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달라진다. 마음의 상처가 생긴다”며 “본인들 가족, 지인이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설리와 구하라의 연이은 비보에 “온라인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포털 사이트 기사 내 댓글란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권리와 연관돼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자정적 노력이 중요하다. 언론은 자극적 보도 관행을 돌아보고, 시민들도 선정적 기사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자성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적 관점에서는 연예인들의 직업 환경 제반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젊은 아이돌 친구들의 비보였던 만큼 국내 연예인 관리 시스템이 정상적인가 되물을 필요가 있다”며 “연예인들의 산업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