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를 이끌어온 범민주 진영이 지난 24일 진행된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25일 홍콩 01 등은 오전 10시50분(현지시간) 현재 개표작업이 거의 다 끝나 홍콩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가운데 385석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친중파인 건제파 진영은 58석에 그쳤으며, 중도파가 8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1석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범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과반 의석을 얻었다.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6개월째 이어져온 홍콩 민주화 시위에 힘이 실리고, 강경 진압을 주도한 캐리 람 행정장관의 거취에 변수가 생길지 주목된다.
범민주 진영의 승리로 범민주파 구의원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에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3283표를 받아 샤틴구 렉웬 선거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샴 대표는 지난달 길거리에서 괴한들에게 테러를 당해 머리에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샴 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내가 (선거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청년층에게 표를 던진 것”이라면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체) 홍콩인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제 민의에 부응해 시위대 5대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4년 중국의 홍콩 행정장관직 후보 제한에 반대해 일어났던 ‘우산혁명’에 참여했던 시위 리더 5명도 건제파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반면 친중 성향 후보들은 대거 낙선했다. 친중 거물인 주니어스 호도 패배했다. 재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친중파 앨리스 막 의원은 “람 행정부의 잘못된 시정이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면서 “건제파는 이번 선거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진행된 홍콩 구의회 선거에는 413만명의 유권자중 약 294만명이 투표해 투표율 71.2%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현재 구의회는 친중파 진영이 327석, 범민주 진영이 118석을 차지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