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18번째’ 후보 블룸버그…65조 재산 ‘양날의 칼’

입력 2019-11-25 13:24 수정 2019-11-25 14:00
민주당 후보 난립…‘필승카드’ 없는 현실 여실히 드러나
블룸버그, 중도주의 지향…민주당 경선구도 재편될 듯
고령(77세)·잦은 당적 변경·늦은 출발 등 난제 많아
트럼프 진영 “누구도 트럼프 못 이겨”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24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민주당 소속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AP뉴시스

그는 민주당의 18번째 대선 경선 후보가 됐다. 후보 난립은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제압할 ‘필승 카드’를 아직 찾지 못한 민주당의 단면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선거운동 홈페이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치고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하고 비윤리적 행동을 4년 더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 3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의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경선 구도는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블룸버그 앞에 천문학적인 재산, 고령, 잦은 당적 변경, 늦은 출발, 인종 차별 논란 등 까다로운 숙제가 수두룩하다.

블룸버그는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경제·안보 정책은 보수고, 총기규제·낙태 등에선 진보적인 입장에 서 있다. 블룸버그는 워런과 샌더스의 급진적인 정책에 우려를 갖고 있는 민주당 내 중도 표심을 노리고 있다. 블룸버그의 출마 가세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 등 민주당 내 온건파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재산은 양날의 칼이다. 블룸버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통신을 소유한 미디어 재벌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그의 재산을 555억 달러(65조 3000억원)로 추산했다. 세계 9위, 미국 6위 부자다.

블룸버그 캠프의 대변인은 “앞으로 2주 동안 TV광고에 3100만 달러(364억 4000만원)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블룸버그를 과도한 정치자금과 부의 불평등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면서 반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선거를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블룸버그의 아이디어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고령도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77세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사람 중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선 출마자 중에서 고령 후보들이 유독 많은 것은 위안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76세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70세다.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트럼프 대통령은 73세다.

잦은 당적 변경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2001년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으로 옮겼다. 뉴욕시장 3선에 도전했던 2009년 선거에서는 무소속을 선택했다. 이후 당적이 없다가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다시 찾았다.

늦게 대선 출마를 선언한 탓에 블룸버그는 내년 2월 4개주에서 실시되는 경선 초반전을 뛰어넘기로 했다. 14개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슈퍼 화요일’(내년 3월 3일)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로이터통신은 대선에서 승리한 역대 후보 중 이런 전략을 쓴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7일 뉴욕 브루클린의 흑인 교회를 찾아 뉴욕시장 시절 펼쳤던 ‘신체 불심 검문 강화’ 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이 정책은 흑인과 히스패닉을 겨냥해 과잉 검문을 실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인종차별 논란도 블룸버그가 넘어야 할 산인 세이다.

블룸버그의 파괴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스는 “블룸버그의 출마로 민주당 내에서 중도 진영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선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4분의 3은 기존 후보들에게 만족감을 표현했다”면서 블룸버그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블룸버그의 출마와 관련해 “민주당 후보 중 누구도 트럼프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사주의 대선 출마로 블룸버그통신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주인) 블룸버그에 대해 심층보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방침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다른 경쟁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 대한 심층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NYT는 “블룸버그통신이 우려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