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열에 여덟은 부부·연인 관계…피해자 80%는 여성

입력 2019-11-25 13:15

상해까지 이어진 가정폭력 범죄의 경우 열에 여덟은 부부·연인 등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하며 피해자는 절대 다수가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이 가해를 했을 경우 80% 이상이 반격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했다.

대검찰청(검찰총장 윤석열)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권인숙)은 25일 이런 내용이 담긴 검찰의 상해 관련 가정폭력 범죄의 처분실태를 가해자·피해자 관계 및 성별로 재구성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양측은 대검 검찰통계시스템(KICS)의 가정폭력 사범 자료 중 상해 관련 범죄를 추려 통계를 분석했다. 대상 시기는 2017년 9월~11월(1682건)과 2018년 9~11월(1472건)로 총 3154건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의자 성별은 남성이 83.8%, 여성이 16.2%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여성이 78.5%, 남성이 21.3%였다. 가정폭력은 파트너 관계에서 79.1%, 기타 친족 간에는 20.9%가 발생했다. 파트너 관계는 법률상 부부관계로 간주하는 사실혼 및 법률혼 관계를 비롯해 동거인 및 연인 관계까지 포함한다.

가정 내 상해 사건에서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폭력을 쓴 경우는 전체 사건의 77.1%에 달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격을 한 경우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피의자의 성별에 따라서도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피의자가 남성일 때는 83.6%가 일방 폭력, 14.6%가 쌍방 폭력이었다. 피의자가 여성일 때는 43.6%가 일방 폭력, 51.0%가 쌍방 폭력이었다. 여성이 폭력을 휘둘렀을 때는 피해자 중 절반이 피의자에게 반격을 했다는 의미다.

폭력이 발생한 동기를 보면 생활양식·가치관(52.2%) 문제가 가장 많았고, 동거 의무(17.8%), 경제·부양 문제(10.6%), 가사협조(7.9%), 기타(6.8%), 이혼 관련(3.5%), 신고 관련(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검찰의 처분을 보면 가정보호사건 송치(42.4%)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기소(30.1%), 불기소(22.4%), 기타(5.0%) 순이었다.

상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 62.6%가 불기소됐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안 밝혔을 경우 25.7%가 불기소됐다. 다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더라도 범죄가 2개 이상이면 63.0%가 기소, 가중 처벌 요소까지 있으면 76.2%가 기소됐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범죄가 중하다면 60% 이상이 기소된 것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때는 피의자와의 관계에 따라 기소율에 차이가 있었다. 파트너에 의한 폭력은 79.2%가 기소, 친족 간 폭력은 54.2%가 기소됐다. 친족 간에 발생한 폭력이 파트너 간 폭력에 비해 기소율이 25% 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검찰은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관한 내부 기준이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비춰 처리 기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건이 처리됨에도 편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본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어도 이를 고려하는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폭력이기 때문에 처벌을 원한다고 답하기 어려운 상황 등도 고려돼야 하는 탓이다. 또 흉기를 쓰는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