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코알라가 더는 새끼를 낳을 수 없는 ‘기능적 멸종’ 위기에 빠졌다. 기록적인 산불로 개체 수와 서식지가 급감한 데다가 불임을 유발하는 성병까지 돌고 있어 종 보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데버라 타바트 호주코알라재단 대표는 “화재로 1000마리가 넘는 코알라가 희생됐으며 서식지의 80%가 파괴됐다”며 “사실상 ‘기능적 멸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기능적 멸종’은 특정 동물 개체 수가 크게 줄어 인간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 단계에서는 살아남은 일부 코알라가 번식하더라도 전체 개체 수가 적어 장기적으로 종의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질병에도 취약한 상태가 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를 꼽았다. 코알라는 성체 기준으로 하루에 2파운드(약 900g)의 유칼립투스 잎을 섭취하지만 산불과 무분별한 개발로 유칼립투스 숲 지대 대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성병의 일종인 클라마디아(chlamydia)가 코알라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코알라의 생존은 더욱 어렵게 됐다. 코알라가 클라마디아에 감염될 경우 결막염으로 이어져 실명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암컷의 경우 불임을 유발해 종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세계 유일의 코알라 전문병원의 셰인 플라너간 진료부장에 따르면 클라다미아 만연의 원인 역시 서식지 파괴이다. 그는 “코알라가 서식지에서 쫓겨 나면 스트레스를 느껴 면역에 영향을 받고,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 병에 걸린 코알라와 접촉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에 호주에서는 야생 코알라 사냥을 막고, 유칼립투스 나무와 코알라 서식지를 보호하자는 ‘코알라 보호법’ 제정 요구가 거세다. 미국의 흰머리독수리 보호법을 본뜬 호주의 코알라 보호법은 지난 2016년 발의됐으나 아직까지 법으로 제정되지 못했다.
한편 코알라 전문병원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서 병원 모금 운동을 열었다. 24일 현재 총 모금액은 목표액이었던 2만5000 호주 달러(약 2000만원)를 넘어 약 144만 호주 달러(약 1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기부금으로 화재 지역에 코알라들을 위한 음수대를 설치하고, 화상 입은 코알라의 재활을 위한 보호소인 코알라 방주(Koala Ark)를 열 계획이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