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57)씨가 스포츠유나이티드와의 결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스포츠유나이티드는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합류했던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손흥민의 에이전트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영국 런던에 머무르고 있는 손씨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스포츠유나이티드 장모 대표와의 결별에 대해 “아예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장 대표가 계약서라고 들이민 서류를 보고 나니 치가 떨려서 잠도 안 온다”며 “그 충격과 배신감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손흥민 측은 계약서도 없이 신뢰만으로 10년간 에이전트 관계를 맺어온 스포츠유나이티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지난 22일 알렸다. 결별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스포츠유나이티드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드라마 제작사 앤유엔터테인먼트의 기업설명회에서 손흥민의 초상권이 무단 사용된 이후 신뢰가 깨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포츠유나이티드는 앤유의 기업설명회는 자신들도 모르게 진행된 것이라 귀책 사유가 없으며, 앤유와의 인수계약 자체는 손웅정씨의 동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손흥민의 서명이 날인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가 존재한다며 계약 해지 통보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손씨는 문제의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를 최근 스포츠유나이티드에 요구해 받아봤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흥민이 사인이 들어가 있고 내용은 일곱 줄에 불과한 달랑 한 장짜리 계약서였다.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며 “에이전트사에 우리 서명을 대신 할 수 있는 권한을 맡긴 적이 절대 없다. 우리가 사인한 계약서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자신의 동의를 받고 앤유와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내가 동의해서 진행된 계약이었다면 투자자들을 유치하려고 설명회까지 개최한 118억짜리 거래가 이렇게 쉽게 철회가 되나”라며 “흥민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둘 간의 비즈니스라면 우리가 빠진다고 해서 인수계약을 철회할 것은 또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계약 체결에 관해 설명 들은 바 있냐는 질문에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장 대표가 ‘한국 광고 시장은 포화 상태니 중국·홍콩 시장도 진출하고 흥민이 은퇴 후에 수입원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 큰 투자사와 협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더라”라면서 “그래서 내가 ‘그러면 좋겠지만 그게 되겠나. 누가 은퇴한 선수한테 돈을 주나’ 딱 여기까지만 말했다. 이걸 가지고 장 대표는 내 동의를 받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회사 이름조차도 몰랐는데 어떻게 이걸 법인 매각에 대한 동의라고 해석할 수 있나.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우리 이름을 걸고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을 하면 동의했겠나”라고 답했다.
손씨는 “거짓말탐지기 수사라도 의뢰해서 끝까지 가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싶다”며 “그래도 흥민이를 생각해서 장 대표가 갖고 있는 모든 서류를 돌려받고 조용하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그러나 만약에 장 대표 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선수를 음해하거나,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한다거나, 선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그때는 정말 내 모든 것을 걸고 대응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스포츠유나이티드와의 결별 사실을 알린 것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절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선수 본인의 확고한 의지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운동선수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손흥민의 입장도 전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