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진실게임… 韓 “합의 왜곡” vs 日 “사전 조율”

입력 2019-11-25 10:44 수정 2019-11-25 14:35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사진=연합뉴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으로 한·일 갈등이 완화되는 듯 보였지만, 관련 합의를 둘러싸고 양국에서 상충된 주장이 나오면서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일본 측에서 이번 합의를 ‘일방적 승리’라는 취지로 주장하자 청와대는 일본 측 수출규제 관련 발표내용이 ‘(합의)사실과 다르다’라고 비판했고, 일본이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고 재반박하면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유예 및 수출규제 합의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에 대한 질문에 “한국 측의 발언 하나 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며 “어쨌든 정부로서 사과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한·일 양국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 측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방침은 변경이 없다’고 한 발표에 대해 “당초 발표하기로 한 일본 측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며 “일본이 이런 입장으로 협상했다면 우리가 합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 경로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며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스가 장관은 “수출 관리 검토는 제도를 적절히 실시하는 데 필요하며 지소미아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수출 관리는 한국 측에서 WTO 프로세스를 중단한다는 통보가 있었다는 것을 수용해 향후 관계 기관에서 대응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수출규제를 둘러싼 정책대화 재개와 관련 일본 측이 왜곡한 사실을 발표했다는 우리 정부의 비판에 “생산적이지 않아 코멘트는 피하겠다”라며 스가 장관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어 “대화 재개는 양국이 조율한 결과이므로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책 대화를 계속해서 재개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경산성은 청와대 발표 이후 트위터에 “외교 루트로 한국 측과의 협의 직후인 11월 22일 오후 6시7분 한국 수출 관리에 관한 정책대화 재개 및 개별심사 대상 3품목의 취급에 관한 향후 방침을 발표했다”며 “골자는 한국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NHK방송은 경산성 관계자가 “한국 측의 주장은 유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신뢰관계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가 “그런(사과)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