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민주 진영은 25일 민주화 요구 시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각) 전날 치뤄졌던 구의원 선거 중간개표 결과 홍콩 범민주 진영이 총 425석 중 201석을 차지해 44.5%의 득표율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고작 28석(6.2%)을 지키는 데 그쳤으며, 중도파가 12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211석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의 경우 오전 5시30분 개표 결과, 후보자 중 21명이 승리했으나 156명이 패배를 당했다. 반면 범민주 진영인 공민당은 전체 36명의 후보 중 32명이 승리를 거뒀고, 노동당은 후보자 7명 전원이 승리했다.
이어 오전 6시, 범민주 진영은 웡타이신·췬완·완차이·중서구·남구 등 5개구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대표도 샤틴구 렉웬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현재 친중파 진영은 전체 의석의 327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115명이 민건련 소속이다. 또, 18개 구의회 모두를 친중파 진영이 지배하고 있다. 범민주 진영의 경우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주당이 37명, 신민주동맹이 13석을 보유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범민주 진영의 압승이 사실상 확실시 된 것은 현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는 294만명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 참여(약 220만명)를 기록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 때 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다.
최종 투표율도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47.0%) 때보다 높았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나 늘어 각 연령대 중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실제로 이번 선거를 위해 해외 유학생마저 귀국해 투표에 동참하는 등 젊은 층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선거가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결론나면 경찰의 강경 진압 때문에 기세가 꺾였던 홍콩 시위대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구의원 후보자 전원이 경찰의 원천 봉쇄를 당하고 있는 이공대로 달려가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