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엔 방위비 압박, 北엔 만남 애원”…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비판

입력 2019-11-25 08:59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 통해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 비판
WP “트럼프로 인해 한미관계 더 이상 공고하지 않아”
“트럼프, 아시아서 전방방어가 돈 적게드는 것을 이해 못해”
“트럼프, 김정은에겐 ‘곧 만나자’며 애원하는 스탠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가하는 것을 비판하는 미국 주류의 사설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5월 실시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 선더’(Max Thunder)에 참여했던 미 공군 A-10 공격기가 경기도 평택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엔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전통적인 우방들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민 입장에서 나쁜 계약이며, 고마움을 모르는 국가들은 더 많은 돈을 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한·미 갈등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합리적인 요구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킨다”고 비난했다.

미국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방위비 인상 압력을 비난하는 사설이 이어지는 것은 한국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WP와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각을 세우는 매체들이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WP는 이날 ‘(한·미 관계는) 더 이상 공고하지도 강하지도 않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비합리적 요구가 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의문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WP는 주한미군 2만 8500명의 주둔 비용이 올해 9억 2300만달러(약 1조 870억원)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5배 이상인 50억 달러(5조 8900억원)를 한국에 요구하는 상황을 먼저 설명했다. 이어 지난 19일 미국 대표단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P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부인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로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WP는 한국과 중국의 군사적 밀착을 경계했다. WP는 지난 17일 태국에서 열렸던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해·공군 간 직통전화 양해각서 개정 추진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한·중 동맹의 시작보다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한국의 전술 성격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WP는 “(한국의 움직임은) 갈수록 신뢰가 떨어지는 미국에 대한 대비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P는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179억 달러(21조 860억원) 흑자를 냈다”면서 “잘 사는 나라에 주둔하는 미군의 경비를 낸다는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혀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전방 방어’(forward defense)가 안보적 측면에서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북한·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인 한국에 주한미군을 배치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적 관점에서 돈이 절약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108억 달러(12조 7200억원)에 달했던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 건설비용의 90%를 부담한 사실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성인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압박을 가하는 순간에도 미국의 적인 독재국가 북한을 향해선 애원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최근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 독재자 김정은에게 ‘곧 만나자’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으나 진정한 강탈 전문가인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근시안적 정책은 그가 취임 전에 약속했던 한국에 대한 변함없고 강력한 지지가 결코 아니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굳건함과 영향력은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빅터 차와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했던 리처드 아미티지는 23일 WP에 공동 기고한 칼럼에서 “66년 동안 이어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면서 “문재인정부의 막판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은 현명했지만 한·미 신뢰 관계는 이미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