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의 향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구의원 선거가 24일 유권자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홍콩인의 민심을 정확히 드러내는 첫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거는 이날 오전 7시30분(이하 현지시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일반 투표소 610여곳과 전용 투표소 23곳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선거구별 당선자는 25일 오전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는 뜨거운 선거 열기를 보여주듯 몰려든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투표가 이어졌고, 대기 줄이 길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249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홍콩 시민이 참여한 선거다. 최종 투표율은 71.2%로, 47.0%를 기록했던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보다 훨씬 높았다.
투표 절차는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표소 인근마다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했지만,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유권자들 눈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경비를 섰다. 민주화 요구 진영에서도 선거일에는 최대한 폭력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부정선거 고발 건수는 크게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4800여 건에 달하는 부정선거 고발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홍콩 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다.
현재 홍콩 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115석은 친중파에서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소속이다. 반면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번 선거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홍콩은 행정장관을 유권자들의 직접 선거가 아닌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로 선출한다. 이때 총 425명의 구의원 중 117명이 이 선거인단에 포함되는데, 117명을 가려내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선거인단 117명을 독식하게 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최대 수백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올해 야권이 과반 의석까지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친중파 진영은 최근 두드러지는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진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될 것이라고 주장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