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승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왕좌에 오르는 자(우승)와 그 문턱에서 밀려나는 자(2위), 내년 아시아 최강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를 잡는 자(3위), 가까스로 하위 리그 강등을 면하는 자(10위)와 상위 리그 잔류를 위해 일주일을 더 발버둥 쳐야 하는 자(11위)가 모두 돌아오는 주말에 가려진다. 2019 프로축구 K리그1 최종 38라운드 얘기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 종료 휘슬 소리를 들을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승부가 예고돼 있다.
우승 경쟁은 ‘현대가’의 집안싸움으로 점철됐다. 1위 울산 현대와 2위 전북 현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팀은 지난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 37라운드에서 1대 1로 비겼다. 전북은 이 경기에서 승리했으면 승점이 같은 울산을 골 득실차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울산은 0-1로 뒤진 후반 26분 수비수 불투이스의 동점골로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제 1경기만 남긴 울산의 전적은 23승 10무 4패(승점 79). 전북(21승 13무 3패·승점 76)과 승점 3점 간격이 유지됐다. 이제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는 팀은 울산뿐이다. 울산은 다음달 1일 오후 3시 홈경기로 치르는 포항 스틸러스와 38라운드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한다. 2005년에 이어 14년 만에 통산 세 번째 타이틀에 도전한다.
울산을 상대할 포항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승점에서 선두권과 20점 이상의 차이로 밀렸지만 ‘동해안 더비’ 라이벌인 울산과 시즌 전적만은 2승 1패로 우위에 있다. 포항의 현재 순위는 5위(승점 53).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울산을 이길 이유는 충분하다.
전북은 2017·2018년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같은 시간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강원FC와 38라운드를 이기고 울산의 포항전 패배를 기다려야 한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울산전을 무승부로 마친 뒤 “아직 기회는 남았다. 끝까지 해보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AFC 챔피언스리그 PO 진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3위 싸움’도 치열하다. 현재 3위 FC서울은 15승 10무 12패(승점 55)를 기록해 4위 대구FC(승점 54)에 승점 1점 차이로 쫓기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다음달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38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서울은 비기기만 해도 대구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서 포항이 울산을 8골 차이로 격파하면 서울은 4위, 대구는 5위로 밀려난다. 희박해도 수치상으로 가능성은 존재하는 ‘경우의 수’다. 대구는 서울을 잡으면 3위로 올라서게 된다.
2부 리그 격인 K리그2 강등을 면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도 있다. 10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3)와 11위 경남FC(승점 32)는 A그룹 최종전보다 하루 앞선 오는 30일 오후 3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파이널B 마지막 38라운드를 갖는다. 이 경기의 승자는 K리그1 잔류의 하한선인 10위가 된다. 반면 패자는 11위로 밀려 K리그2 PO 승자와 승강전을 치르게 된다. 승강전은 다음달 5일과 8일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인천은 비기기만 해도 잔류가 가능하다. 인천의 유상철 감독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벤치를 지켜 선수들에게 의지를 불어넣고 있다. 유 감독이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선수들을 지휘했던 지난 24일 파이널B 37라운드 홈경기에서 인천은 상주 상무를 2대 0으로 격파했다.
같은 날 수원 삼성에 2대 4로 역전패한 제주 유나이티드는 최하위(12위)를 확정했다. 현행 프로축구에서 K리그1 최하위는 다음 시즌 K리그2로 강등된다. 제주의 2부 리그 강등은 구단 사상 처음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