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을 막기 위해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절대 단합할 것이다.”
단식 닷새째에 접어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곁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90여명은 24일 황 대표가 단식을 벌이고 있는 청와대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철회를 요구했다. 두 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시점이 각각 오는 27일, 내달 3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황 대표의 단식을 모멘텀으로 당이 일사불란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본인의 희생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치켜세우며 “남은 가장 중요한 일은 문재인 정권의 장기 집권 음모를 위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를 저지하는 것이다. 강력한 저지 투쟁으로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애국가 제창과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나 원내대표 발언 중에는 힘에 부친 듯 자리에 누웠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날 즈음에는 취침 텐트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황 대표는 지난 토요일 밤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수차례 누웠다 앉기를 반복하며 힘겨워 하는 모습이었다. 오전엔 기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한동안 취침 텐트에서 나오지 못했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고통마저 소중하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경호상 문제로 청와대 앞 텐트 설치가 불가능해 낮에는 청와대, 밤에는 국회를 오가며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입장을 번복해 청와대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밤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 주변에 임시로 마련해 놓은 텐트에서 취침했다. 당직자들과 일부 의원들이 국회로 잠자리를 옮길 것을 권유했지만, 황 대표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 관계자는 “황 대표의 의지가 확고해 평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철야 농성을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단식 현장을 찾았다. 이 총리는 취침 텐트 안에 들어가 황 대표와 1분여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총리는 “황 대표에게 어려운 고행을 하시는 충정을 잘 안다고 말씀드렸고, 황 대표도 대통령께 말씀을 잘 전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홍원 전 총리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단식 현장을 방문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