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쿠르드 달래러 이라크行… “美 헌신 불변”

입력 2019-11-24 17:00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구를 깜짝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초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한 이후 미국 고위 인사가 쿠르드족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시리아 주둔군 철수로 동맹인 쿠르드족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불식하는 동시에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C-17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 수도인 이르빌을 방문하고 쿠르드자치정부 수반 네치르반 바르자니와 면담했다. 펜스 부통령은 극비리에 이뤄진 이번 방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 지역에서 전쟁의 화염 속에서 맺어진 미국과 쿠르드의 강력한 유대를 재차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달 초 시리아 북부에 배치됐던 미군을 전격 철수하는 조치를 내렸다. 터키와 쿠르드족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왔던 미군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쿠르드족은 터키군의 전면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인 쿠르드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국 펜스 부통령이 급거 터키를 방문해 양측 간 휴전이 성사됐지만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방문이 쿠르드족의 배신감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냐는 질문에 “이라크와 시리아의 쿠르드족은 미국과 함께 싸워온 동맹”이라며 “이들을 향한 미국의 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르빌 방문에 앞서 이라크 내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들러 비밀 브리핑을 받았다. 알아사드 공군기지는 지난달 26일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작전에 나선 미군 특수부대가 출발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곳에서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 관리는 이라크 시위 사태 때문에 펜스 부통령의 바그다드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방문이 쿠르드족의 분노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쿠르드족 고위 간부는 이날 AP통신에 터키의 휴전협정 위반이 계속되는데도 미국이 책임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르드족 관리 일함 아흐메드는 “미국은 민간인 학살을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아주 정직하지 못한 협력 관계”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