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리한 요구로 한국 내 분노 촉발”
“돈만 중시하는 트럼프, 미군 용병으로 격하시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내의 이런 기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NYT는 ‘모두 패배자가 되는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22일(현지시간) 게재했다. NYT는 모두 승리자가 되는 ‘윈윈’(Win·Win)의 반대말로 모두 패배(Lose·Lose)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NYT는 “동맹이 헐값에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국의 분담금을 거의 5배 인상해야 한다는 기이한 요구에 지난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급작스러운 결렬로 이어졌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NYT는 “트럼프의 ‘주판’으로도 한국은 (안보) 무임승차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국 입장을 거들었다. 이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거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으며, 무기 구매 예산의 많은 부분을 미국에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부대를 미국에 주둔시킬 경우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은 미국 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제 상황의 훈련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한미군은 중국을 포함한 의심스러운 행위자에 대항하는 보루”라고 평가했다.
NYT는 “미군의 해외 주둔에 대해 돈만 중시하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세계에서의 미국 역할과 미국 자체에 대한 안보, 번영에도 매우 악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는 “트럼프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한국뿐만 아니라 자유 진영의 최전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해왔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사실상 해외 미군을 돈을 벌기 위한 용병으로 격하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NYT는 “가장 위험스러운 것은 트럼프의 비합리적인 보상 요구가 동맹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 대통령의 온건·강경 성향을 떠나 한·미 동맹에 압도적인 지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면서 “그러나 트럼프의 요구는 한국 내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독재자들과 어울려 다니면서도 동맹들을 헐뜯는 트럼프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인 저항 덕분에 주한미군이 곧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모욕”이라며 “이는 중요한 동맹을 멀게 만들고 미국의 지위를 약화시키고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