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홍콩 이공대학에서 이 대학 학생회장 등이 추가로 떠나면서 나머지 시위대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학 내에는 시위대가 남기고 간 화염병과 각종 화학물질이 널려 있고, 음식물 부패도 시작되는 등 위생 상태도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이공대에 머무르던 이 대학 학생회장 대행 켄 우(22)가 교수진의 도움을 받아 전날 오후 6시쯤 추가로 캠퍼스를 빠져 나온 뒤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을 인솔한 로드니 추 교수는 우 회장 대행이 캠퍼스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남아 있었다며 경찰의 체포는 불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우 학생회장 대행은 기자들에게 “이공대 안에는 더 적은 사람들만이 남아 있다”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례를 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시위대에 음식을 제공하던 ‘요리사’도 전날 이공대 교정에서 나온 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공대 교정을 거점으로 삼아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 하버 터널을 공격해 교통을 마비시키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홍콩 경찰은 이공대를 포위한 채 ‘고사 작전’을 펼쳤고, 퇴로를 찾지 못한 시위대의 투항이 잇따르면서 1100명 가량이 이공대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시위대 수십명은 아직도 이공대에서 나오기를 거부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공대 캠퍼스 내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다 떠나면서 버리고 간 옷가지와 각종 물품, 화염병과 화학물질 등 위험물질이 곳곳에 널려있어 위생 환경이 우려된다.
홍콩 중등학교장협회 테디 탕 회장은 이날 캠퍼스에 남아있는 중고교생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열 명 정도의 시위대만 보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교내 식당과 일부 바닥에서는 음식물이 부패하기 시작했다. 냄새와 위생이 걱정된다”며 “오랫동안 갇혀 있는 이들의 정신건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이공대 봉쇄작전을 지속하며 학교에서 나오는 시위대는 곧바로 체포한다는 입장이다. 매튜 청 홍콩 정무부총리는 라디오에 출연해 “그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평화롭고 현명하게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경찰은 그곳에 있는 사람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캠퍼스 안은 매우 위험하다. 위생 상황이 매우 나쁘고, 강력한 폭발성 화학물질이 분실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오룽퉁 지역에서는 이날 학부모와 자녀 등 100여 명이 최루탄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경찰에 최루탄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마스크를 쓴 참가자들은 최루탄이 자주 사용된 지역에서 자녀가 피부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최루탄의 화학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