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 안했다”…지소미아 선전전

입력 2019-11-24 13:35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위해 좌석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외교 성과라고 강조하면서 자국 내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협정 종료 정지와 관련해 측근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직후 아베 총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한국에 강하게 요구했으며 일본도 이런 미국을 지원했다”며 “미국이 일본에게 협정 종료를 피하기 위한 대응을 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수면 아래에서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의회에 대해서도 물밑 작업을 해 미국 상원이 지난 21일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며 “워싱턴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한국을) 옥죄었다”는 총리 관저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일본 주요 조간신문들의 1면 지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정지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지소미아 종료 정지를 아베 정권의 외교 성과로 치켜세우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협정 종료 7시간이 남았던 지난 22일 오후 5시 한국이 협정 종료 통고의 효력을 정지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아베 총리가 “제대로 된 판단”이라고 담담히 말했다며 한국 정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외교 문서가 한·일 양측이 기자회견을 연 오후 6시 조금 전에 일본 정부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의 보도는 한국이 양보를 했고 일본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으로, 한·일 양측의 협상 결과가 일본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전날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가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게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를 둘러싼 당국 간 협의 재개에는 응할 것이라면서도 “일절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역시 보수적 색채가 진한 요미우리신문은 혐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의 발언을 게재하며 아베 정권의 외교 성과를 강조했다.

무토 전 대사는 “문재인 정권이 지소미아 종료를 피한 것은 일본의 의연한 태도 앞에 종래의 주장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강경한 대한국 정책이 효과를 봤다. 한·일 관계에서 한국이 (주장을) 굽힌 것은 거의 없어서 좋은 전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소동은 한·미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며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가 심해질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