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교회에 가던 50대 부부가 이웃이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치고, 이 이웃은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평소에도 층간소음 문제로 다퉈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4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48)가 윗층에 사는 B(59)씨와 C씨(58·여) 부부의 얼굴 등에 흉기를 휘두른 뒤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B씨 부부는 얼굴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이 아파트 18층에, B씨 부부는 19층에 각각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씨 부부는 평소에 다니던 교회에 가려고 집을 나선 뒤 승강기에 올랐고 이들의 외출을 기다리고 있던 아래층 사는 A씨가 18층에서 뒤이어 같은 승강기에 탄뒤 미리 준비한 흉기를 소지한채 위층에 사는 50대 부부와 실랑이를 벌였다.
아래층에 사는 A씨는 1층에 도착하자마자 작심한듯 B씨 부부 얼굴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B씨 부부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 부위가 훼손돼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B씨 부부가 얼굴을 감싼채 피를 흘리며 뛰어가는 것을 본 한 주민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흉기로 이웃사람의 얼굴을 훼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B씨 부부가 쓰러지자 다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자신의 집에 들어간 뒤 앞 베란다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A씨가 숨져 있었다”며 “숨진 A씨를 경찰에 인계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로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A씨가 흉기를 준비한 뒤 B씨 부부를 기다렸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A씨에게 환청 및 강박증세 등 정신질환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에 입원 중인 B씨 부부를 상대로 한 사실관계 조사와 함께 아파트 CCTV 영상 및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B씨는 안면부가 훼손돼 고양시 대화동 일산백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C씨는 고양시 식사동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층간소음은 위층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며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힘든 사례가 적지않아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위층에서 소음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느끼는 환청때문에 결국 아파트에 살지 못하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양=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