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훈련소에서 위탁 훈련을 받던 반려견이 훈련사의 폭행으로 죽음에 이른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 견주는 사건 경위가 담긴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동물보호법 강화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사건은 죽은 반려견의 주인 A씨가 2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드러났다. A씨는 ‘제 개가 훈련사에게 맞아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피해 반려견 ‘더치’의 사진을 게시했다.
A씨는 “더치는 지난달 25일 밤 훈련사의 무차별적인 폭행 이후 적절한 사후조치 부재로 허망하게 떠났다”며 “더치의 안부를 묻는 카톡에 (훈련소 측의) 답이 없는 것이 뭔가 불안했고, 확인차 한 전화에서 아이의 죽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훈련소로 갔을 때 더치는 이미 싸늘하게 굳은 채 누워있었다”며 “목이 메고 가슴이 미어졌지만 아이가 어떻게 갔는지 직접 보아야 했기에 CCTV 영상을 요청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훈련사가) 발과 무릎 등으로 더치를 가격했고 심지어 파이프 같은 둔기를 사용하며 패대기쳤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며 “처음에는 거짓 진술을 하다가 경찰을 부른다고 했더니 겁이 나 털어놓더라”고 밝혔다.
A씨는 해당 훈련사가 증거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훈련사는 “어제가 CCTV 포맷하는 날이어서 현재 데이터가 없다” “CCTV 암호를 모른다”라고 얼버무리며 증거를 감추려 했다. A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증거 압류 이전에서야 의도적으로 포맷된 CCTV에 대한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며 “이후 더치를 안아 들고 훈련소를 나왔다”고 말했다.
또 “(훈련사 측이) CCTV 복구 과정에서도 지속해서 복구업체에 협박성 연락을 해 작업을 방해했다”며 “일방적인 제공 철회서를 작성해 와 CCTV 기기 및 데이터 회수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더치가 떠난 후 충격과 슬픔뿐 아니라, 내 잘못된 선택으로 해당 훈련소에 보냈다는 죄책감에 신경안정제, 우울증 치료제와 위궤양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엄마는 일상생활을 못 하실 정도로 힘들어하시며 목에 통증을 느끼고 계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가해 훈련사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SNS를 통해 자신의 안부를 전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훈련사의 부모님이 ‘아들이 우울증이 심해 직접 사과를 할 수 없으니 배려해 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그 훈련사는 훈련소 SNS에 더치와 관련된 게시물을 삭제하고, 피해자인 제가 속해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지인들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며 프로필 사진을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가감 없는 사실을 포함한 사과문을 게시하면 제가 직접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면서도 “그들에게 2주의 시간을 주었지만 결국 돌아온 건 일방적인 ‘CCTV 동의 철회서’와 ‘훈련소에서 개가 죽으면 보통 500만원 정도에 합의할 뿐 공개 사과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대답뿐이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훈련사 폭행으로 사망한 반려견 더치사건. 동물보호법 강화 및 동물위탁관리에 대한 규제 강화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이같은 끔찍한 동물 학대가 주변에서 계속 발생하지만 처벌은 대부분 벌금과 집행유예로 끝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차원의 규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은 형법상 물건에 대해 규정한 재물손괴죄 이상으로 규정되기를 바란다”며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학대범들은 잠재적으로 사람을 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걸 감안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또 “동물위탁관리업에 대한 규제 및 처벌이 강화되기를 바란다”며 “종사자가 동물 학대 등 동물보호법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 동종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자격이 박탈돼야 하고 가중처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물위탁관리업 자격요건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24일 오전 1시 기준 1만6040명의 동의를 얻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