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안양은 끊임없이 펼쳐지는 화끈한 공격으로 주목 받는 팀이다. 조규성·알렉스·팔라시오스로 이어지는 화려한 공격 삼각편대는 올 시즌 37골을 합작했다. 안양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부천 FC 1995와의 23일 K리그2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이들 공격진은 부천 진영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했다.
이정빈(24)은 그들의 한 발짝 뒤에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에 활력을 불어 넣은 선수다. 정확한 패스를 전방 공격진에 공급했을뿐더러 전반 19분과 26분엔 직접 강력한 슈팅을 날려 부천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부천의 역습 상황에선 공격 진영에서 수비 진영까지 빠른 발로 복귀해 다시 볼을 따내는 살림꾼 역할도 도맡았다. 마치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보여줬던 끈질긴 수비를 연상시켰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정빈은 “박지성 선수 같은 분을 저랑 비교할 순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그동안 부천전에서 수비적인 모습이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수비에 조금 더 집중해서 해보자고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그게 좋은 모습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정빈은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2017년 데뷔해 3시즌간 29경기를 뛰었지만 1골 밖에 넣지 못한 선수다. 출전 기회를 쉽게 잡지 못하다 안양으로 임대를 오게 됐다. 임대 생활은 이정빈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올 시즌 21경기에 나서 4골 2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이정빈은 “인천에서보다 감독님이 믿어주시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또 경기에 자주 나서다보니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제가 갖고 있는 플레이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안양의 팀 스타일이 굉장히 공격적이라 제 스타일과 잘 맞는 것 같다. 골과 어시스트, 공격적인 패스 부분에서 더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안양은 이제 30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승격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안양과 부산은 올 시즌 1승 2무 1패로 팽팽하다. 이정빈은 임대생 신분이지만 안양의 승격에 최대한 보탬이 되겠단 각오다.
그는 “부산전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서 안양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임대가 끝난 뒤 거취는)안양에서 아직 시즌 경기가 남았기에 최선을 다한 뒤 다 끝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빈은 유소년 시절 화려한 발재간을 선보이며 ‘축구 천재’로 불렸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10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기도 했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찾기 위해선 올 시즌 활약에만 안주할 순 없다.
“일단 저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운 시즌이에요. 하지만 안주할 순 없어요. 무조건 다시 태극마크를 단다는 각오로, 이후엔 해외 진출까지 해보자는 목표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이정빈을 수십 명의 안양 팬들이 에워싸 환호를 보냈다. ‘임대생’이 아닌 ‘우리 선수’로 반 년 만에 팬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이정빈의 임대생 신화는 일주일 뒤 부산전에서도 계속 될 태세다.
안양=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