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를 장기간 사용한 뒤 폐암이 재발한 70대 남성이 끝내 숨졌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유한(72)씨가 지난 21일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기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판정 신청자 총 6649명 중 사망자는 1459명으로 늘었다.
특조위와 유가족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 8월 폐암 수술을 마친 뒤 그해 9월 퇴원했다. 이후 2010년까지 애경에서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매주 한 통 이상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폐암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기침과 천식, 폐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결국 2014년 폐암 재발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2016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을 해 이듬해 4단계 판정을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크게 특별구제계정(3·4단계 피해자)과 구제급여(1·2단계 피해자)로 나뉜다. 그러나 김씨가 받은 4단계는 사실상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지원이 거의 없다.
그러나 김씨는 환절기마다 폐렴 치료를 받아야 했고, 기침과 천식도 계속됐다. 2018년 기술원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올해 초 기관지확장증만 구제계정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받은 지원금은 94만원에 불과했다.
현재 정부는 폐 질환(1~3단계)과 천식, 태아피해, 독성간염,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아동 간질성폐질환, 비염 등 동반질환, 독성간염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씨의 사망 원인인 폐암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김씨가) 처음 폐암에 걸렸을 때는 진행 정도가 경미해 완치 판정을 받았었다”며 “폐암 발병 원인은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조위 역시 “그동안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124명이 폐암 환자고, 이중 30여건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폐암을 비롯해 다양한 피해 증상이 계속 나타나는 만큼 피해구제법을 개정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은 차별 없이 모두 피해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