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은 14분 만에 없어졌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군인을 홍콩으로 들여보내지 않은 건 내 부탁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과 함께 서 있어야 하지만 시 주석과도 함께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으로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하원이 통과시킨 홍콩 인권법에 서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반정부 민주화 시위 사태에 대해 “홍콩 시위대를 진압하는 것은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 노력에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은 14분 만에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홍콩 외부에 100만 명의 군대를 배치해 놓았지만 내가 그에게 ‘부디 그러지 말아라,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무역 협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요청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무역 협상 타결을 원했기 때문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에서 수천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하원이 통과시킨 인권·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에 서명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홍콩(시민들과) 함께 서 있어야 하지만, 나는 또한 시 주석과도 함께 서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훌륭한 사람이고 나의 친구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 나는 홍콩과 자유와 함께 서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역사상 최대의 무역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상하원은 지난 20일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지지하고 중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홍콩 인권법을 각각 통과시켰다. 미국은 1992년 이후 홍콩에 대해 중국 본토와 달리 관세와 투자, 비자 발급 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달리 홍콩은 민주주의 체제가 안정적인 ‘별도의 체제’로 간주한다는 것을 뜻한다.
홍콩은 ‘특별지위’를 기반으로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증권사를 유치하며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역시 이 홍콩의 지위 덕분에 벌어들이는 달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홍콩 인권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한 지위를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중국이 홍콩에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
만약 홍콩의 특별지위가 발탁되면 중국은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사람들에 대해선 미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자신을 동결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오는 30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발효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 전망에 대해서는 “핵심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이 나보다 훨씬 더 합의를 원하고 있다. 나는 합의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사용한 평등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이건 대등한 합의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바닥에서 시작한다면 당신들은 이미 천장에 있다’고 시 주석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신경제포럼에서 상호 존중과 평등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