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요구 거절 못 해…” 손경식 CJ 회장 증인 신청한 이재용

입력 2019-11-23 07:07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일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며 자발적 의사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손경식 CJ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22일 열린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말 세 마리’(약 34억 원)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약 16억 원) 지원에 대해 “거절할 수 없는 대통령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월 대법원은 이 부회장 측이 ‘비선 실세’ 최서원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보내고 삼성 측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가 뇌물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승마 지원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다만 이는 전형적인 수동적 공여였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동계스포츠센터 지원금에 대해서도 “거절하기 어려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익적 요청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손경식 CJ그룹 회장,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 등 세 명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증언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손 회장은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기업을 압박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환기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특검은 “손 회장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김 교수의 경우 승계작업과 관련한 증언이 양형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또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일부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의 대상으로 개별 현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양형 심리를 하면서 증인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