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했던 새마을금고 이사장 또 당선

입력 2019-11-22 16:20 수정 2019-11-22 16:50
지난 11일 포항여성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성추행 가해자 새마을금고 이사장 출마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포항여성회 제공.

여직원 성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사퇴했던 경북 포항의 한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이 다시 당선돼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에 있는 A새마을금고는 지난 21일 열린 임원 선거에서 B 전 이사장이 대의원 120명(113명 투표) 가운데 61표를 얻어 당선됐다.

당선자 B씨는 지난 2016년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그해 12월 사퇴했으며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B씨의 당선으로 피해자인 C씨가 또다시 같이 근무하게 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피해자 C씨는 지난 18일 ‘B씨의 출마를 막아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선거 당일 남편까지 나서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 성추행 사건 당시 B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직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포항 A 새마을금고 앞에 성추행 가해자의 이사장 출마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사)포항여성회 등 105개 전국시민사회단체도 우려를 나타냈다.

22일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성추행 가해자 새마을금고 이사장 당선은 무효”라며 B씨의 사죄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추행 가해자가 포항 A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당선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여전히 젠더를 기반한 폭력에 대한 무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의원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성추행 가해자를 당선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피해자가 그동안 받았을 고통에 대해 대의원들도 책임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마을금고는 허술한 성범죄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전국 새마을금고 전체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력하게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B씨의 당선이 알려지자 포항지역 사회관계망(SNS)에도 ‘성범죄자는 이마에 낙인을 찍어야 합니다’ ‘쓰레기 매립장에도 안 받아줄 인간’ 등등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A 새마을금고 한 관계자는 “정말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잘못된 건 무조건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