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유권자 중에서 청년층이 30%가 넘지만, 아직도 ‘청년정치’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그나마 이번 총선에는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세대교체를 할 것이라고 모든 정당에서 떠들어 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이번에도 역시 청년들은 그저 활용만 당할 뿐, 이내 버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청년들을 둘러싼 사회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고, 국가경쟁력을 좀먹는데도 이들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청년 정치인은 없고, 기존 정치판은 여전히 젊은 신인을 원치 않는 듯 하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분석하고, 어쩌면 아주 적당한 처방전이 될 수 있는 책이 최근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1984년생, 청년의 끄트머리로 향해가는 안성민 저자가 저술한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팩트들을 담았다. 다양한 통계와 사례들을 통해 청년정치가 퇴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상황을 만든 기존 정치판은 어떠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세대가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지를 말한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의 청년을 대변하는 책들은 그저 자신들의 삶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그 책임을 사회와 기성세대들에게서만 물으려 했다면,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이유를 기성세대는 물론이거니와, 당사자인 청년세대들에게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인 이유이다.
지금도 정치권에 들어오고자 하는 ‘청년’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멘트가 있다. “저는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젊은 정치인입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부터 청년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지적하며, 청년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과 패기가 아니라 ‘경험과 실력’ 이라고 말한다. 물론 열정이 없으면 냉정과 능력도 소용이 없겠지만 적어도 정치에서는 열정과 패기는 절대 1순위가 아니며, 청년들이 정치를 하려면 열정이나 패기와 같은 애매한 단어가 아니라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내세워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청년인 나이의 현역 국회의원도 그렇고, 현재 각 정당에서 영입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보면 저자의 지적이 따끔하게 느껴진다. OO협의회 위원, OO위원회 부위원장, 차세대위원회 위원장, 청년단체대표, 유튜버 등등 그럴싸한 경력들을 내세우지만 사실 이러한 그들의 경력은 청년들이 겪는 일반적인 정서와는 너무나도 큰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취업, 결혼, 육아, 빚, 군 복무 등 아주 보편적인 것을 대비해 보더라도 무엇 하나 과연 청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경력들만 가득한 그들. 과연 그들이 정말 청년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그들이 제도권 정치에 들어온다면, 과연 30%가 넘는 청년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까?
얼마전 다음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이 언론을 통해 21대 총선에서 당이 영입할 청년은 ‘김지영, 이남자, 김용균’ 이라고 말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경력단절 여성 등을 지칭한 적이 있다. 물론 일리있는 지적이자, 청년정치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청년이다. 하지만 정치란 모름지기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곳이다. 그저 소외되어진,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만을 대표하는 곳이 아니다. 2019년의 청년은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청년이 소외되거나 불힙리를 겪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비전과 희망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청년들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12년차 직장인의 눈으로 바라본, 안성민 작가의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청년에 대해 어쩌면 잘못 가지고 있는 편견과 편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기에, 청년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판에 ‘적절한 처방전’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