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청소년 94% ‘운동 부족’… 필리핀·캄보디아·수단 수준

입력 2019-11-22 11:36
연합뉴스

한국에 또 하나의 ‘부끄러운 1등’ 기록이 생겼다.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이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은 100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신체활동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학생의 신체 활동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 81.10%가 WHO 권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WHO는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발달과 생애 전반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매일 평균 60분 이상 중간 정도 이상(중간∼격렬) 신체활동(운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청소년 5명 중 4명은 신체활동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WHO의 조사 결과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 청소년의 상황은 최악이다.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분석 대상 국가 중 이 비율이 90% 이상인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필리핀(93.4%), 캄보디아(91.6%), 수단(90.3%)뿐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소득 수준과 청소년 운동 부족 비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국은 국민소득이 높으면서도 청소년 운동 부족은 심각한 사례로 꼽혔다. 한국과 함께 ‘고소득 아·태 지역’으로 분류된 싱가포르를 보면 운동 부족 비율이 69.7%로 한국보다 훨씬 양호하다.

운동이 부족한 한국 여학생은 무려 97.2%나 된다. 사실상 전원이 신체·정신건강 유지와 발달에 충분한 신체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남학생은 필리핀(92.8%)과 거의 비슷한 91.4%를 기록했다.

WHO는 신체 활동량에서 남녀 격차는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 운동 부족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배경으로 정보기술 발전과 문화적 요인을 들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WHO의 생활습관병 전문가 리앤 라일리는 “전자 혁명이 청소년이 더 오래 앉아 있게 운동 행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남녀 격차는 문화·전통 요인과 관련이 있다”면서 여학생들이 운동을 하려면 탈의실 시설이 갖춰저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일본 등 일부 국가와 학교 밖 청소년이 제외된 점 등을 한계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렸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