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이혼한 이주여성 귀화요건 완화된다”

입력 2019-11-22 10:47

이혼한 결혼이주여성이 가정폭력과 같은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증명하면 귀화가 더욱 쉬워진다. 성폭력 등 강력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외국인 배우자를 맞이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결혼이주여성 인권보호 내실화 방안’을 22일 발표했다. 최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 온 지 3개월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되는 등 이주여성 보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이주여성 체류실태’에 따르면 이주여성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가정폭력 시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이 31.7%로 ‘있다’(27.0%)보다 많았다. 배우자와 이혼 후 귀화를 신청하면 이혼에 있어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가정폭력 등의 사유로 이혼한 이주여성이 간이귀화를 신청할 경우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증명할 수 있으면 귀화를 허가하기로 했다. 예컨대 이혼 판결문을 통해 배우자의 주된 책임으로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할 수 없었다는 걸 증명하는 식이다.

이주여성의 최초체류나 체류연장을 허가할 때도 기존의 ‘선(先) 조사-후(後) 허가’에서 ‘선 허가-후 조사’로 바뀐다. 취업목적 등이 아닌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에 한해 우선적으로 체류를 허가한다는 것이다. 혼인의 진정성이 있으면 최대 3년의 체류기간이 부여된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살인·강도·강간 등 특정강력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외국인 배우자를 아예 초청할 수 없도록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주여성을 맞이하기 전 한국인 배우자와 배우자 부모를 대상으로 가정폭력 방지 프로그램도 내년부터 실시한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했을 시 모국어로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13개 언어가 제공되는 ‘112 다국어 신고앱’을 내년 하반기에 개발한다. 이주여성이 읍면동 주민센터에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해당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연계해 방문한국어교육과 자립 및 취업 연계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입국 초기 이주여성이 우리사회에 제대로 정착해 사회 구성원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고 결혼중개업체 등의 불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행위는 엄단하는 등 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