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7R…국대 K리거가 우승·아챔 사수할까

입력 2019-11-21 20:27 수정 2019-11-21 20:45
울산 현대 골키퍼 김승규가 7월 30일 울산 종합운동장에서 FC서울과 가진 K리그1 홈경기에서 힘을 실어 골킥을 차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9개월 간 땀 흘려온 K리그1 팀들이 운명의 37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우승팀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도 결정될 수 있는 상황. 2019년 일정을 마친 국가대표 K리거들은 소속팀에 복귀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일전을 준비한다.

울산 현대는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K리그1 37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를 치른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쳐온 두 팀의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울산(1위·승점 78점)이 전북(2위·75점)에 승리할 경우 마지막 라운드 승패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짓는다.

두 팀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이다. 울산은 수문장 김승규와 왼쪽 풀백 박주호가 11월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했다. 전북도 센터백 권경원과 좌우 풀백 김진수·이용이 벤투호 일정을 소화했고, 주전 골키퍼 송범근이 22세 이하 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복귀했다.

전북 현대 왼쪽 풀백 김진수가 5월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와 가진 홈경기 때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국가대표 선수들은 소속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울산 김승규는 14일 레바논전에서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수차례 선방하며 원정 무승부에 기여했다. 최전방의 주니오·주민규나 김인성·황일수 등 발 빠른 윙어들을 겨냥한 장거리 골킥은 울산이 가진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이다. 전북 김진수는 19일 브라질전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왼쪽 측면을 사수했다. 브라질 진영으로 전진해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와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권경원·이용·송범근과 함께 구성할 국가대표 수비라인은 현재 K리그1 최소 실점 1위(31실점)다. 울산전에서도 무실점에 도전한다.

양 팀의 상대전적은 올 시즌 1승 1무 1패로 팽팽하다. 5월 홈에서 2대 1 승리를 거둔 울산은 7월 원정에서 1대 1로 비겨 좋은 흐름을 탔다. 하지만 8월 3차전에선 전북이 홈에서 3대 0 대승을 거두며 반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엔 울산의 홈이다. 울산 선수들은 올 시즌 13승 3무 1패의 압도적 성적을 올린 홈에서 우승을 확정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울산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은 지난주 경남 통영 전지훈련을 통해 전북에 맞춰 전술훈련을 진행했고, 팀 분위기도 끌어 올렸다. 올 시즌 13골 8도움의 특급 활약을 펼친 ‘축구도사’ 김보경이 대기 중이고, 복귀한 김승규와 박주호도 정상 훈련을 소화한 상태다.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왼쪽)과 전북 현대 조세 모라이스(오른쪽) 감독이 지난달 16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어서 우승 트로피를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에이스 문선민이 36라운드 대구 FC전에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해 이번 경기에 결장하는 악재를 맞았다. 올 시즌 10골 10도움을 올린 문선민은 10월 이달의 선수를 수상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주전 수비진 대부분이 A매치에 차출돼 체력을 소모한 점도 고민이다. 전북 관계자에 따르면 전북은 지난주 전남 목포에서 전지훈련을 했지만 수비 빌드업 훈련은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골키퍼 김승규가 국가대표로 1경기만 소화한 울산과는 달리 전북은 김진수(2경기), 이용(1경기), 송범근(2경기)가 모두 경기에 출전했다. 피로가 누적된 선수들은 조깅과 마사지 등 회복 훈련만 소화한 상태. 경기 전날인 22일에도 가벼운 팀 훈련만 거친 뒤 울산전에 나서야 한다. 다만 최근 5년간 4회나 차지한 우승 경험은 전북의 강점이다. 올 시즌 원정 성적도 10승 6무 1패로 좋다.

FC서울 주세종이 9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 서울(3위·55점)은 같은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6위·50점)와의 중대 일전을 치른다. 서울이 승리할 경우 대구 FC(4위·51점)와 강원 FC(5위·50점), 포항을 따돌리고 자력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할 수 있는 3위 자리를 확정할 수 있다. 브라질전에서 환상적 볼키핑과 장거리 패스, 탈압박 능력을 선보인 주세종이 중원에서 서울의 3위 사수에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