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 언론, 이공대 들어간 韓관광객에 “구경거리 아냐” 비판

입력 2019-11-21 18:07
18일 홍콩 이공대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학생들이 대피하고 있다. 기사에 언급된 한국인과는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홍콩 시위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이공대 캠퍼스에 들어갔다 간신히 탈출한 한국인 관광객 2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과 홍콩 언론들도 이들에 대해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30대 남성 1명과 20대 여성 1명 등 한국인 2명이 지난 17일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홍콩 이공대 교정에 들어갔다가 24시간 동안 갇혀 나오지 못한 사건을 전했다. 신화통신은 이들이 격화된 시위 속에서 탈출하지 못해 한국 총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다음날 탈출했고, 한국 네티즌들이 크게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일간 다중왕(大众网)도 이 사건을 보도하며 “위험한 장소에 제 발로 찾아가다니 간이 크다” “한국인이라고 절대 무사할 수 없다” 등 중국 네티즌들의 비판을 전했다 .

홍콩 일간 신문발보(新聞發布)는 홍콩 네티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홍콩의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번질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이공대에 들어간 한국인 관광객 얘기를 다룬 신화통신 보도(위)와 이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 신화통신 캡처

앞서 지난 17일 홍콩 이공대에 들어갔던 한국인 관광객 2명은 다음날 오후 5시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총영사관은 홍콩 경찰에 연락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단순한 구경 목적으로 이공대에 들어갔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들은 18일 밤 9시30분쯤 마침내 캠퍼스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영어로 “나는 한국인이다! (I’m Korean!)”라고 외치며 손을 들어 경찰에게 한국 여권을 펼쳐 보였다. 신원을 확인한 홍콩 경찰은 두 사람을 폴리스라인 밖으로 인도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강하게 충돌했던 17일 홍콩 이공대 상황. 신화통신 캡처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홍콩 시위 현장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홍콩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고, 화염병이나 최루탄 등에 다칠 수도 있으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 절대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홍콩 대학원생 진모(24)양도 “홍콩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은 결코 영화같지 않다”며 “많은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맙지만 구경거리가 아니다. 홍콩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