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 2019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올해의 단어 최종 후보명단에는 기후행동, 기후위기, 멸종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단어들이 대거 오르면서 기후변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됐다. 같은 날 기후위기 방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어린이날을 맞아 ‘국제어린이평화상’을 수상했다.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20일(현지시간)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는 기후 비상을 ‘기후 변화로 줄이거나 중단하고, 그로 인한 잠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피해를 피하기 위해 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하며 “상대적으로 무명이던 이 단어는 2019년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영단어 수억개를 포함한 데이터베이스 ‘옥스퍼드 코퍼스’에 따르면 ‘기후 비상’의 단어 사용량은 2018년 이후 1만796%, 즉 100배 이상 폭등했다.
통상적으로 옥스퍼드의 올해의 단어 최종 후보명단에는 그해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여러 분야의 단어들이 오르지만, 올해는 기후 관련 용어들이 대거 올랐다. 옥스퍼드 사전의 편집자인 캐서린 코너 마틴은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2019년 영어권에서 ‘증명 가능한 급증’이 있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틴은 또 부분적으로 가디언 등 일부 언론들이 긴급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기후 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 비상’ ‘기후 위기’(climate crisis) 등을 쓰도록 방침을 정한 영향도 있다고 부연했다.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며 세계 기후운동의 상징이 된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이날 국제어린이평화상을 수상했다.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키즈라이츠는 “어린이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쟁의 중심에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수상 취지를 설명했다.
툰베리는 다음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참석을 위해 배를 타고 이동 중이어서 동료 운동가인 루이사 노이바우어가 대리 수상했다. 툰베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수상소감을 전하며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에 영광을 돌렸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금요일에 학교에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으로 가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카메룬의 평화 운동가 디비나 말룸도 공동수상을 했다. 그는 카메룬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평화를 위한 어린이’(Children for Peace) 단체를 조직했다. 이 단체는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먹잇감이 되는 학교와 이슬람 사원, 시장 등을 직접 찾아 교육을 한다. 문맹인 어린이들도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폭탄 조끼 입기를 거부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교육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그는 상금 5만 유로(약 6000만원)를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직접 목소리 낼 수 있는 ‘범아프리카 어린이 의회’ 건설 프로젝트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