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관세 면제 로비를 펼치고 있는 쿡 CEO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등 IT 품목에 집중된 추가 관세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두 사람의 밀착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쿡 CEO와 함께 텍사스주 오스틴 북서부에 위치한 애플 제품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애플에게는 삼성전자라는 위대하지만 경쟁자인 기업이 있다”며 “애플을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 제품의 관세 문제에 대해서는 “들여다보고 있다”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제품에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에 이어 또다시 삼성전자를 언급했다. 삼성 제품은 관세 없이 수입되지만 애플에는 부과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다행히 트럼프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서는 삼성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보다 애플에도 관세를 물지 않도록 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은 애초에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비과세 제품인 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대부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상황 역시 고려 요인이다.
쿡 CEO는 이날 트럼프 방문에 화답하듯 새로운 투자 소식을 알렸다. 애플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새로운 애플캠퍼스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텍사스 캠퍼스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2년 가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5000명 규모인 직원도 1만5000명으로 늘려 맥 프로 생산 거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애플의 쿠퍼티노 본사 다음으로 미국 내 가장 큰 시설이 된다.
쿡 CEO는 “오스틴에서 애플의 가장 강력한 기기인 맥 프로를 구축하는 것은 자부심의 한 지점이자 미국 독창성의 지속적인 힘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새 사옥 착공 소식은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 만족스러운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쿡 CEO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대통령 소유 뉴저지주 골프클럽에서 식사 자리를 갖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8월 만남 당시 쿡 CEO는 애플과 달리 삼성 제품이 관세 없이 수입되는 것을 지적하며 설득을 시도하기도 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애플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미 CNBC 등 매체는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등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사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애플 제품의 추가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애플은 애플워치와 맥, 아이폰용 등을 비롯한 중국산 부품에 대한 관세 제외 요청을 트럼프 행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다음 달 15일부터 1560억 달러 상당의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도 15%의 추가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어 애플은 관세 면제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