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룰래비 홀룰래비”… 포항에서 아이를 달래는 소리입니다

입력 2019-11-21 17:45
관람객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 농업 관련된 '향토민요'를 듣고 있다. 오주환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건너편 서울우리소리박물관. 현대식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아쟁 소리를 닮은 ‘향토민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아득히 오래전부터 구전돼 온 노랫소리는 차라리 옹알이나 앓는 소리 같았다. 어떤 기교도 없이 숨을 헐떡이며 흥얼거리는 노래가 낯설고 독특했다.

기원조차 알 수 없는 비전문가들의 구전 노래 향토민요를 2만곡 이상 모아놓은 우리소리박물관이 21일 개관했다. ‘이 소리는 ~한 소리입니다’ 대사로 유명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기증한 음원이 대량 전시됐다. 반주도 없이 사투리를 섞어가며 생목소리로 부른 노래들이 박물관을 꽉 채웠다.

본무대 격인 지하 1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서자, 낯선 노래들의 향연이었다. 종이컵을 닮은 흰 스피커를 귀에 대니 경북 포항의 ‘아이 어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할머니 목소리는 가쁜 숨을 골라 가며 ‘쪼막’ ‘쥔’ ‘짝짜꿍’ ‘홀룰래비’ ‘도리 도리’ 같은 의미 없는 말을 되뇌었다. 옆에서 나오는 충남 금산의 자장가와 대전의 달강달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향토민요에 뿌리를 둔 통속민요 ‘아리랑’ 전시 공간도 눈길을 끈다. 향토민요는 일정 지역의 보통 사람들이 삶 속에서 부르던 노래, 통속민요는 전문 소리꾼이 부르는 노래로 구분된다. 지금 널리 알려진 아리랑들은 1926년 영화 ‘아리랑’ 성공을 계기로 전문 음악인들이 다듬어 만들었다. 하지만 본류는 강원도 지역에서 모를 심으며 불렀던 ‘아라리’와 ‘자진아라리’다.

한 서린 듯한 향토민요 소리는 ‘의례’ 공간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경북 구미의 ‘곡소리’는 ‘어이고 어~어머니, 어이고’를 반복하며 오열했다. 망자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유족들이 오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래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음원감상실. 서울시 제공

1층으로 올라오면 한옥 판 음반가게처럼 꾸민 음원감상실이 나온다. 1~3인용 소형 책상마다 헤드셋과 민요 선곡을 위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헤드셋을 끼었더니 경기도의 새 쫓는 노래 ‘우야훨훨’이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곳은 창덕궁이 가장 잘 보이는 명당”이라며 치켜세웠다.

향토민요는 서민들의 삶을 대변한다. 노동과 양육, 놀이, 장례처럼 삶의 희로애락이 깃들었다. 허름한 초가집 안에서 베를 짜며 흥얼거리는 아낙네들의 소리, 소를 몰고 논과 들로 이동하며 불렀던 초동들의 소리가 대표적이다. 작곡가도 악보도 없이 오랜 세월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다. 지역 특유의 정서와 언어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음원감상실 헤드셋. 서울시 제공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