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지환은 나올 수 있다?’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해 21일 발표한 ‘체육요원제도’ 개선 방안은 현행 틀에서 전혀 변화를 주지 못했다. 부차적인 문제만 손댔을 뿐이다.
병역특례혜택을 받는 체육요원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때 부터다.
병역특례혜택을 받기 위해 연령 제한선까지 버텼던 LG 트윈스 오지환(29)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9)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여기에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이를 부채질했다. 실업야구와 사회인 야구 선수 위주로 구성된 대만과 일본을 가까스로 물리치며 금메달을 따낸 뒤 병역 미필 선수들은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러나가야했다. 선 감독은 이후 자진사퇴까지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은 체육요원 병역 특례를 계속 시행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병무청은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여가 흐른 지금 문체부를 중심으로 내놓은 체육요원 개선 방안은 ‘올림픽 3위. 아시안게임 1위’라는 기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만 대표팀 선발 관련 핵심 사항을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명문화하고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발 관련 기준 및 과정, 사유, 관련 자료를 적시에 공개토록도 했다. 이의 신청을 선수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체육요원 편입 이후 선수가 직접 기관을 섭외하던 방식을 바꿔 문체부가 사전에 지정한 공익성 있는 기관에서 일정시간 복무하도록 변경했다. 봉사 실적을 사후에 인정하던 방식을 복무계획 사전 승인, 사후 검증으로 바꿨다.
종합해보면 선발관련 자료 적시 공개와 체육요원 편입 이후 관리 방안은 나름대로 의미 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우선 아시안게임에 프로선수 출전 여부다. 정규리그 중단은 없어졌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이 계속 출전하면서 병역 면탈의 통로로 계속 악용하는 길을 열어놨다.
또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라 대표팀을 구성토록 했지만, 여전히 주관적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1위 선수에게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을 막자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주는 게 맞다.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선수들과 싸워 금메달을 따내온 야구의 경우 비인기 종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의 경우 막대한 연봉을 받고서도 단 한 번의 아시안게임 참가로 병역 특례까지 누린다는 것은 비인기 종목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다양한 대회를 통해 얻어진 포인트를 합산해 병역 특례를 주는 방안은 종목별로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종목별로 세분화된 기준을 마련하면 될 것을 아예 배제했다는 것은 문체부의 무사안일 행정에 가깝다.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때가 되면 또다시 논란을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