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성추문에 휩싸인 영국 앤드루 왕자가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1936년 에드워드 8세 국왕이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슨부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왕위를 버렸던 사건 이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영국 왕실의 두번째 인물이 됐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앤드루 왕자는 발표문을 통해 자신과 엡스타인과의 연계가 왕실의 자선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면서 공식적인 임무를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앤드루 왕자의 사퇴가 임시조치인지 영구적인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앤드루 왕자는 사퇴에 관해 이미 여왕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향후 어떠한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문에 연루된 피해 여성들에 대해서는 깊은 동정을 표했다.
앤드루 왕자는 지난 8월 미국 맨해튼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미국 억만장자 엡스타인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의 사망 전날 공개된 법원 문서에는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라는 여성이 자신이 엡스타인의 성노예였다고 말한 녹취록이 있었다. 엡스타인이 약 20년 전 10대였던 자신을 성노예로 만들고 앤드루 왕자를 비롯한 저명한 남성들과 관계를 맺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앤드루 왕자는 지난 16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매매 의혹을 부인했지만 피해 여성이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물로 내놓은 뒤에도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해 의혹이 더욱 커졌다. 이어 엡스타인과의 교유를 변명하고 그를 두둔하기까지 해 거센 비난이 일어났다.
후폭풍은 다방면으로 번지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있는 로열멜버른공과대학(RMIT)과 퀸즈랜드의 본드 대학은 “내년에 왕자가 세운 자선단체와 함께 일할 것을 검토했지만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본드대 대변인은 “최근의 사건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대학은 더이상 그곳과 연관을 맺지 않으려 한다”며 지난 10월에 끝난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주의 머독대학과 스탠다드차타드 등 영국계 기업도 더이상 앤드루 왕자나 그가 설립한 자선단체와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