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연말 이후 “北도발 가능성”…트럼프 ‘셀프치적’ 종지부 시사

입력 2019-11-21 08:59 수정 2019-11-21 09:11
美대북정책특별대표인 비건, 국무부 부장관 인준청문회
비건 “창은 열려 있어. 북한은 기회 놓치지 말아야”
비건 “내 협상파트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지목
비건, 방위비 인상엔 찬성. 주한미군 감축엔 반대 입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외교의) 창은 열려있다”면서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협상 테이블 복귀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비건 지명자는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중요한 치적으로 떠받드는 상황에서 국무부 ‘넘버투’ 지명자인 비건이 이런 북한의 유예 조치가 끝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그는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비건 지명자는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대해 “(북·미) 협상이 시작되기 이전의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은 북한의 거대한 실수이자 실기(失機)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이 연말로 시한을 정해놓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것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비건 지명자는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연말 시한은)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그들에게 내린 데드라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미국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지명자는 또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트위터 글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고 말하긴 했으나 “우리는 북한에 또 다른 정상회담을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정상회담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건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나 합의에 가까운 것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표명해 왔다고 전했다. 실무협상을 통한 진전이 선행돼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건 지명자는 부장관이 되더라도 대북특별대표 직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나의) 승진이 대북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외교에서) 북한 이슈의 중요성을 높이는 것이 때문에 북한에 있는 우리의 카운터파트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건 지명자는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그는 “최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면서 “최 부상은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라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중단했다고 시사할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라고 믿는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비건 지명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파트너 중 하나”라면서도 “누군가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친한파로 알려진 비건 지명자도 방위비 인상에 찬성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비건 지명자는 “우리는 한국과 터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의 방위비 협상에 대해서도 “터프한 협상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