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20일 단식 농성에 돌입하자 당 관계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10월 국민항쟁 평가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은 코웃음 칠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으로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홍 전 대표는 검찰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대해 “진작에 정치적으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며 “곧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텐데 의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면 어떻게 하나. 총선 치를 수 있겠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관련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는 “(황 대표가) ‘나는 책임 없다’는 소리를 한 것”이라며 “선거 앞두고 없는 것도 만들어내려는 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봐주고 선거하겠나”라고 했다.
황 대표가 제안한 보수통합에 대해서도 “물밑 작업을 해서 전부 정리가 된 뒤에 카드를 던져야지, ‘아니면 말고’ 식이라 우리만 상처가 더 깊어진다”며 “유승민 의원은 선거법만 통과되면 2등 해도 국회에 들어오는데 뭐 하려고 통합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세미나에서 “머리를 삭발하고 왜 단식을 하는가. 제1 야당 대표가 그렇게 힘없는 존재인가”라며 “이렇게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어느 보수 유권자가 귀를 기울이겠나. 하는 짓이라고는 애들이 엄마한테 뭐 사달라고 할 때 굶을 거라고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전 전 의원은 “황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 명에서 두 명”이라며 “수천만 보수 유권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조언조차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데 야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 대표의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자들의 호응을 요청했다. 그는 “당 대표가 나서 목숨을 걸고 국민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을 고립시키고 게임의 룰을 정하려 하는데 당 대표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범여권에서는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황 대표에게) 퍼붓고 있다. 심지어 ‘민폐 단식’ ‘뜬금없는 단식’ ‘지도력 위기 돌파용 단식’ 등 몹쓸 단어까지 동원한다”며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강행하는 단식에 대해 저주를 퍼붓는 잔인한 정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100석 남짓밖에 되지 않는 의석을 가진 한국당이 이들의 패스트트랙 강행 폭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황 대표의 단식을 옹호했다.
끝으로 장 의원은 전날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팬미팅’이라 칭하면서 “팬미팅 준비를 위해 대통령의 일정도 잡지 않은 청와대다. 팬미팅 할 시간은 있고, 제1야당 대표를 만날 시간은 없는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 처리를 저지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수용 및 소득주도성장 폐기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다. 황 대표는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