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인 이공대가 사실상 함락되면서 현장에서 검거된 시위대의 대규모 사법처리가 우려된다. 신임 경찰청장은 취임 후 첫 조치로 200여명을 폭동죄로 기소하기로 했다.
이공대와 주변 시위에서 검거된 인원이 1100여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폭동죄 기소 건수는 무더기로 늘어날 수 있다. 홍콩 이공대에는 100명 안팎의 학생들이 남아 저항을 하고, 교통방해 시위도 벌어졌지만 기세는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홍콩 경찰은 지난 18일 밤 몽콕과 침사추이 등 이공대 인근에서 벌어진 시위과정에서 체포된 213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날 밤 체포된 모든 시위대는 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모두 폭동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 취임 후 내놓은 첫 조치로서 세력이 약화되는 시위대의 기를 꺾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경찰이 지난 17일 밤부터 이공대를 전면 봉쇄하고 진압 작전을 펼치자 18일 밤 이공대 인근에서는 격렬한 지원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검거된 시위대를 전원 폭동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9월 29일 도심 시위 때도 지난 6월 송환법 시위 시작후 가장 많은 96명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됐었다.
폭동 혐의로 기소되는 시위대의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전날 밤까지 800여명의 시위대가 이공대 밖으로 나왔고, 이중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제외한 500여 명이 폭동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17일 이후 이공대와 인근에서 체포된 시위대 수는 1100명에 달한다.
이공대에는 이날 60~100명 가량의 시위대가 교내 체육관 등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밤 40여 명의 응급 구조요원도 떠나 이공대 교내에는 시위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공대 캠퍼스 바닥에 흰색 페인트로 구조를 요청하는 ‘SOS’ 표시를 커다랗게 만들어놓고 소셜미디어에는 자신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홍콩 전역을 마비시키는 운동을 벌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홍콩 곳곳에서는 ‘여명 행동’으로 불리는 출근길 대중교통 방해 운동이 벌어져 지하철 6개 노선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틴수이와이, 위안랑 지하철역 등이 폐쇄됐다. 초·중·고등학교에 내려졌던 휴교령이 해제된 가운데, 일부 고등학생들은 쿤통 지역에서 벽돌, 쓰레기통 등으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홍콩 고등법원은 전날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영국 의회의 인권상인 웨스트민스터상을 받기 위해 신청한 출국 신청을 불허했다.
법원은 불법 집회 조직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조슈아 웡에 대해 “도주할 위험이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조슈아 웡이 시상식에 참석하고 그를 초청한 인사들과 만날 필요가 없다”면서 “그가 홍콩에 남아 있는 것이 홍콩이 평화를 되찾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