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지수가 4개월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와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지수화한 수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사용된다. 공급 물가에 따라 소비자가 사들이는 물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하락하면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주저앉을 공산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3.61을 기록해 1년 전보다 0.6% 하락했다. 지난 7월(-0.3%)부터 4개월 마이너스(-)다. 지수는 2015년 물가를 100으로 기준 삼는다.
농림수산품(-3.0%)과 공산품(-2.2%) 물가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달 농산물과 축산물은 1년 전보다 각각 3.0%, 5.4%씩 떨어졌다. 특히 석탄 및 석유제품(-14.2%)은 가장 낙폭이 컸다. 화학제품 가격도 5.1% 하락했다.
한은 측은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여파로 돼지고기 값이 전월 대비 32.5% 떨어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ASF 사태 이후 돼지고기 공급량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수요는 여전히 감소세라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기가 둔화한 것도 생산자물가 하락에 한몫을 했다. DRAM 가격은 1년 전보다 49.7%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휴대용전화기는 5.2% 하락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떨어지면서 이달 소비자물가 역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9월, 10월에 각각 0.0%,-0.4%, 0.0%를 기록했다. 한 달 앞서 발표되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8월, 9월에 -0.3%, -0.6%, -0.8%를 나타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당분간 디플레이션 우려는 잦아들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종합적인 물가지수를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가 2001년 이후 최초로 3분기 연속 하락했다”며 “경제주체 의 심리 회복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