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갈치잡이배 화재 침몰사고에 대한 수색 작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지만, 실종자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화재로 반파된 선체 중 해상에 떠 있는 선미는 인양을 마치는 대로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간다. 제주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찾았다.
20일 제주해양경찰청은 현재 해상에 표류 중인 대성호(29t, 통영선적, 승선 인원 12명)의 선미를 제주대학교 실습용 선박 아라호(3000t)가 인양해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라호는 이날 오전 서귀포항을 출발해 오후 3시 무렵 대성호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현재 인양 방식 등을 협의 중이다. 인양에 성공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박기술협회,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이 공동으로 정밀 원인 조사에 착수한다. 해경에 따르면 인양 예정인 선미 부분은 대성호 전체 길이 26m 중 8m 남짓한 크기다. 선미에는 선원 침실과 취사장 등 사고 발생 추정 지점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앞서 19일 오전, 사고 신고 3시간여 만에 발견된 한국인 선원(60, 경남 사천, 사망)은 간편한 실내복 차림을 하고 있어, 잠을 자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선수는 어선이 반파되면서 침몰했다. 사고 해역 수심은 80m에 이른다. 해당 수심까지 수색하려면 해군의 무인잠수정이 필요한데, 해군 보유 무인잠수정 3척 중 1척은 수리중이고, 2척(청해진함, 통영함)은 독도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 투입돼 있어 당장은 제주 해역 수색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현재 해경·해군 등으로 구성된 합동 수색팀은 대성호 발견 지점 반경 55㎞이내를 일정 구역(항공 3개, 해상 9개)으로 나눠 함정과 민간어선 31척, 항공기 9대를 투입해 수색하고 있다.
앞서 수색팀은 19일 일몰시작부터 새벽 6시까지 선박 18척과 항공기 5대를 교대 투입하며 선체 발견 위치와 익수자 발견 위치를 중심으로 야간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추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 이틀째, 사고 발생 후 24시간이라는 ‘골든타임’(현재 수온 19~20℃ 기준, 해경구조지침)이 넘어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제주에서는 전날 입도한 실종자 가족 10여명 중 8명이 제주 한림항에서 해경의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그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제주해양경찰서 4층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서 구조대책본부로부터 수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브리핑 현장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들은 “범위를 넓혀 수색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구조소식만 기다리고 있”며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지친 얼굴을 매만졌다. 브리핑 후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가족들을 만나 “국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해상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통영시청 제2청사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베트남 실종 선원 6명 중 4명의 가족 15명이 베트남 현지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구조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실종자들은 대다수가 한 마을에 사는 일가친척인데다 자녀가 어리거나 결혼한 지 오래지 않은 20~30대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모두 정상적인 선원 비자를 통해 입국해 근로하고 있었다. 가장 어린 선원은 1995년생으로 확인됐다.
사고 어선은 통영선적 갈치잡이배로 사고 당시 한국인 6명과 베트남 선원 6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20일 부검에서 사망 원인은 익사에 가깝다는 소견이 나왔다. 부검의 소견에 따르면, 김씨는 이미 발생한 화염에 짧은 시간에 노출돼 상반신 전체에 2~3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폐에 물이 찬 점에 비춰 화재보다는 물이 기도를 향해 들어오면서 숨을 쉬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해경은 폐 속 플랑크톤 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특정 짓기로 했다.
대성호는 지난 8일 오전 10시 38분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해 18일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19일 오전 4시를 전후해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76㎞ 부근 해상에서 화재로 선체 대부분이 전소됐다.
20일 제주지역에는 초속 10~12m의 바람이 불고 있다. 파고는 2m 내외이며, 수온은 18.4℃다. 해경은 매일 2회 정기적으로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심리치료, 제주도는 숙식과 차량, 통영시청은 사후 수습을 지원한다. 앞서 19일 발견된 익수자는 20일 부검이 끝나면 21일 통영으로 이송돼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경남=이영재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