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 내가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
경북도가 20일 도청 동락관에서 도내 각지에서 모인 문해교육 학습자 및 교사 등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음을 쓰고 세상을 만나다’는 주제로 문해 대잔치를 개최했다.
문해교육이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회·문화적 기초생활능력 등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
행사는 문해 교사와 학습자가 함께하는 장기 자랑, 시 낭송과 편지 낭독, 문해 교사 체험수기 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사흘 동안 문해 교육 학습자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시화 및 편지쓰기 작품전도 함께 마련했다.
시화전 공모에는 703명이 작품을 냈으며 ‘공부를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다’며 이름에 얽힌 본인의 사연을 배우는 기쁨으로 표현한 권분한(88)씨 등 22명이 수상했다.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이나 평소 고마운 이에게 편지를 쓰는 공모전에는 87명이 참가했다. 어려웠던 시절부터 55년 지기인 친구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을 전한 ‘내 친구 성진이 엄마에게’를 쓴 김금자(77)씨 등 20명이 입상했다.
공모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배우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서러움, 공부하면서 즐거웠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 울다 웃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도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뿐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소외계층 등을 상대로 한글과 스마트폰, 교통안전, 금융 등 일상생활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생활 문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이 넓어 접근성이 취약한 점을 보완, ‘찾아가는 마을평생교육강좌’를 개설해 경로당, 마을회관, 심지어 동네 까페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다양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용기를 내 시작한 글공부로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어르신의 열정을 응원한다”며 “생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