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원인 불명의 악취로 학생과 교사 70여명이 어지러움, 구토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실려 간 대구 경상여고 악취 사태의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구시가 관련 기관들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고 원인을 찾고 있지만 두 달이 넘도록 뚜렷한 원인을 밝히지 못해 학생들이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오전 대구 북구 경상여고 강당에서 열린 교장 취임식 행사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발생해 학생과 교사 등 7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강당에 있던 학생들은 냄새를 맡고 어지러움과 구토 등의 증세를 보였다. 악취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9월에도 수차례 악취가 발생해 100여명의 학생이 두통 등으로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이후에도 악취 민원은 계속됐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불안감이 높아졌고 대구시와 북구청, 대구시교육청, 대구지방환경청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교 인근 3공단 등 외부 조사와 학교 내부 환기 시스템 결함 조사 등을 벌이고 3차례 합동조사단 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이 있었다.
합동조사단은 이르면 이달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사에서도 2017년처럼 원인을 밝히지 못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조사 기관들이 처음에 악취 원인을 가스 누출로 봤다가 뒤늦게 대기오염인 것으로 판단해 합동조사단을 뒤늦게 발족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대구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경제환경위원회 하병문 의원(북구4)은 “경상여고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도 제대로 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최근 2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대구시와 관계 기관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대응체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원인을 밝히고 사후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