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타고, 하수구 들어가고… 목숨 건 홍콩이공대 탈출 작전

입력 2019-11-20 14:53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18일 홍콩이공대를 탈출하기 위해 로프를 이용해 교량에서 도로로 내려가려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이공대에 갇힌 시위대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맨몸으로 밧줄을 타고 고속도로로 내려가는가 하면,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 출구를 찾는 이들도 있었다.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공대 캠퍼스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시위대가 남아있다. 시위대는 수차례 이공대를 빠져나가려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전면 봉쇄가 시작된 18일 저녁부터 1000명 넘게 체포됐다. 캠퍼스에 남은 시위대는 밧줄을 타고 하수구로 들어가는 등 탈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위대 수십명은 지난 18일 오후 11시쯤 몸에 밧줄을 묶고 이공대 건물 옆 7m 높이 육교로 향했다. 밧줄을 타고 육교 아래 고속도로로 내려온 이들은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밧줄을 타고 경찰 포위망을 벗어나려다 실패한 이들도 있었다. 캠퍼스에 남아있는 한 시위 참가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현장에서 밧줄을 잡고 있었다. 나도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경찰이 와서 우리를 뒤쫓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육교를 비롯한 이 경로를 곧바로 봉쇄했고, 시위대들의 ‘밧줄 탈출’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홍콩이공대 안에 남아있던 한 시위자가 19일 하수도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시위대 10여명은 19일 새벽 마스크를 쓰고 비닐 옷을 입은 채 하수도 터널로 들어가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부는 밖에서 하수도 지도를 살펴보며 경로를 찾았고, 일부는 헤드라이트를 착용하고 직접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갖은 방법으로 밖으로 나갈 방법을 모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8일 진압 경찰을 피해 시위대들이 홍콩이공대의 담을 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몇몇 시위자들은 이공대 담을 넘으며 탈출하려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경찰에 잡혔다.

홍콩 경찰은 18일부터 작전을 체포에서 봉쇄로 바꿨다. 항복을 선언하며 밖으로 나오는 시위 참가자에게는 다소 관대한 처벌을 하겠지만, 이공대 안에 남아서 끝까지 저항하는 이들에겐 폭동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이공대 캠퍼스 안 체육관 바닥에 19일 시위대가 사용하던 물품이 널려있다. AP/연합뉴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